오피니언 사설

돈 선거 하는 후보는 세금 도둑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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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한나라당의 현명관 전 제주지사후보의 공천(公薦) 탈락은 우리 사회에 돈 선거 유혹의 뿌리가 아직도 깊이 박혀 있음을 보여준다. 현씨의 동생은 지난 주말 서귀포시 한 호텔 커피숍에서 현금 2500만원과 돈을 배포할 사람들로 의심되는 유권자 명단을 선거운동원에게 건네려다 체포됐다. 현씨 측이 뭐라고 하건 이번 지방선거와 무관한 사건으로 치부하기는 도저히 어려운 정황이다.

돈 선거 의심을 받는 후보에 대해 한나라당이 공천을 박탈한 것은 잘한 일이다. 물론 공천을 주기 전에 충분한 검증을 하고, 그 이후에도 선거운동과 주변관리에 대해 엄중한 단속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당진 군수 등 잘못된 공천에 대해서는 재공천하지 않겠다던 당초의 약속을 뒤집어 반성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 것은 아쉽다.

역대 선거에서 광역단체장 후보가 금품 수수 의혹을 받은 일은 거의 없었다. 민주화가 진전된 이면(裏面)에는 자신을 차별화하는 방법으로 이 같은 부정한 방법에 의존하는 후보들이 더 기승을 부리게 된 건 아닌지 걱정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것이 제주도나 한나라당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란 점이다. 17대 총선 이후 전국단위 선거 때마다 선거법 위반사범으로 입건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돈 선거와 관련된 입건자 비율은 이번 선거가 가장 높아 절반을 넘는다.

올 들어 입건된 경우만 봐도 향응을 제공하다 최고 50배의 과태료 폭탄을 맞은 경우는 부지기수(不知其數)다. 여기에 공천 헌금으로 수억원, 수천만원의 돈을 주고받다 걸린 경우, 굴비세트·과일상자를 수백 세트, 수십 상자씩 돌리고, 중간조직책에게 수천만원의 돈을 돌리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돈을 들여 선거를 치른 후보는 당선된 뒤 그 돈의 몇 배를 뽑아내게 돼 있다. 4년 전 선출한 230명의 기초자치단체장 가운데 무려 110명이 비리·위법 혐의로 기소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돈으로 표를 사려는 후보는 보는 즉시 신고해 영원히 추방해야 한다. 국민의 호주머니인 세금을 훔치는 도둑고양이들을 뽑는 어리석은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