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영 경실련 사무총장 내정자의 '출마의 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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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다른 단체들과 겪어온 갈등을 연대로 해소하는 한편 우리 나름의 색깔도 지켜 나가겠습니다."

12일 취임하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신철영(申澈永.사진)사무총장 내정자(현 부천경실련 대표)가 지난달 29일 선거를 앞두고 '출마의 변(辯)'에서 한 말이다.

시민단체 중 최초로 평간사 출신 사무총장을 뽑은 경실련이 '양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세력의 공존(共存)'이라는 조직의 정체성을 지킨다는 각오를 새롭게 하고 있다.

申총장 내정자의 이 발언은 지방자치단체 선거 등에서 뜨거운 논쟁이 예상되는 내년 시민운동계에 국내 시민단체 중 최대 규모인 경실련의 입장과 노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1989년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시민들이 쉽게 참여하는 운동을 펼친다'는 기치 아래 출범한 경실련은 ▶공정선거감시운동(92.96년)▶납세자소송운동(2000년) 등을 주도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시민단체로 시민운동계의 '맏형'구실을 해왔다.

이런 경실련이 다른 시민단체들과 불화를 겪기 시작한 건 지난해 초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이 본격화하면서다.

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 등 4백여개 진보적 시민단체가 참여한 총선시민연대가 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선거법 제87조를 위반하면서까지도 낙선운동을 강행하겠다고 천명하자 경실련은 "악법도 법이다"라며 불참을 선언했었다.

또 지난 9월에는 '시민운동발전대토론회'에서 현 이석연(李石淵)사무총장이 시민단체의 정치참여를 두고 참여연대 박원순(朴元淳)사무처장과 격한 설전을 벌이면서 진보진영으로부터 "시민운동계의 분열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런 뜨거운 논쟁의 한 가운데서 새로 경실련의 조타수를 맡게 된 申총장 내정자는 '보수와 진보의 공존'이라는 정체성 강화라는 목표를 내세운 것이다.

이와 관련, 경실련의 한 관계자는 "시민단체도 다양한 계층을 대변하려면 폭넓은 인적구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지자체 선거 등 중요한 사안마다 경실련의 정체성을 지켜나간다는 생각엔 모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申총장 내정자는 진보진영과의 의견 차이를 좁히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며 "따라서 다른 단체들과의 갈등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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