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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장 인사] 충청출신 치안총수 기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9일 임명된 이팔호 경찰청장은 10년 만의 충청 출신 치안총수다. 경찰청 승격 전 마지막 치안본부장을 지낸 이종국(충남 공주)씨가 1991년 7월 물러난 뒤 처음이다.

역대 경찰총수는 대부분 집권세력과 같은 지역 출신으로 임명돼 왔다. 김영삼 정권의 네 청장(김효은.김화남.박일룡.황용하)은 모두 영남(황용하씨는 이북 출신이나 부산에서 성장)이었고, 김대중 정부에선 세 청장 중 두명(김세옥.이무영)이 호남이었다.

지연(地緣)을 매개로 한 충성심을 중시해온 자리였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경찰 내부에선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물러나는 이무영 청장의 후임을 전남 완도 출신의 이대길 경찰대학장이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지방선거.대통령선거라는 양대 거사가 내년에 있고, 집권 말기의 레임덕현상 차단이라는 임무도 주어져 있어 특히 그랬다.

이런 예상이 결국 빗나간 배경으로는 최근 누적된 지역편중 인사 시비가 꼽힌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 직후라는 점에서 '인사 쇄신'을 표방하려는 성격이 없지 않다는 해석이다.

신임 李청장은 9일 오후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정한 인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사의 정치적 중립성 여부를 따지려면 곧 있을 치안정감.치안감.경무관급 후속 인사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선거 때의 핵심 자리인 서울.경기.인천경찰청장과 경찰청정보국장 인사가 특히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안감 인사에선 6~7명이,경무관 인사에선 10여명이 승진할 전망이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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