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성은학교, 일반학교와 공동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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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분당 신도시에 사는 윤새미(14.하탑중2)양은 한달에 두번씩 아주 특별한 수업을 받는다. 인근에 있는 정신지체 장애아 교육시설인 성은학교에 가서 중등부 3학년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

처음에는 행동이 느리고 말투가 어눌한 장애학생들이 꺼려지기도 했으나 올들어 열번 넘게 함께 하다 보니 이제는 만날 날을 기다릴 정도로 친해졌다.

尹양은 요즘 성은학교에서 만난 안동균(15)군에게 매일 e-메일을 보낸다. 공동수업 시간에 전자우편 보내는 법을 배운 安군이 빨리 컴퓨터에 익숙해져 답장을 보내오는 것이 尹양의 작은 바람이다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이 없어졌어요. 건강의 소중함도 배웠구요."

유치원에서 고등학교 과정까지 가르치는 성은학교(교장 배재희.여)학생들이 일반학교와 공동수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98년. 장애학생의 사회 적응력을 높여주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초기에 부정기적으로 해오던 공동수업은 지난해 3월 성은학교가 특수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이후엔 매달 2~3회씩 정례화 됐다. 지금까지 이 학교를 찾은 분당지역의 일반학교 학생들은 서현.중탑초등학교, 하탑중, 성인고교와 상탑초교 병설유치원 등 6백여명에 달한다.

중탑초교 5학년 박경선(11.여)양은 공동수업을 통해 정신지체 2급인 장운정(12.성은학교 초등부6)양과 단짝이 됐다. 평소 다른 사람의 얼굴에 침을 뱉어 관심을 끄는 버릇이 있는 장양이지만 박양이 오는 날만은 이런 버릇이 사라진다.

이들은 지난 6일의 공동수업에서도 함께 윷놀이.기차놀이 등 전통놀이를 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박양은 "주위에 장애인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어른들이 밉다"고 말했다.

다운증후군을 앓는 최성환(5.유치부)군도 공동수업을 손꼽아 기다린다. 한살 많은 김병규(6.상탑초교 병설유치원)군이 색종이 공작 등 놀이를 친절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성은학교 이세은(26.여)교사는 "장애학생들이 일반학교 친구들과 접촉하면서 정상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중탑초교 박명숙(49.여)교감도 "우리 아이들이 장애인을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인격체로 받아들이게 돼 기쁘다"며 공동수업 예찬론을 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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