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중국경제 대장정] 일본 '상하이 실패'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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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웬만큼 실력있는 유통업체들에게도 상하이는 녹록한 무대가 아니다.

현지 관계자들이 "두 개가 생기면 한 개는 없어진다"고 말할 정도로 실패하는 회사가 많은 시장이 상하이다.

그러나 상하이에서 유명한 실패사례는 모두 일본업체뿐이다. 일본업체가 특별히 못해서가 아니다.'실패에서 배우자'며 사후분석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하이에서 철수한 일본 백화점 바바이반(八佰伴.일본명 야오한)과 슈퍼마켓 자스코의 실패사례는 일본에서 반면교사(反面敎師)식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일본업계의 분석 결과 두 회사의 사전준비와 입지조건 등은 완벽했다.

1995년 푸둥(浦東)에 초호화판 백화점으로 화제를 모았던 바바이반은 개점 첫날 1백만명이 넘는 인파를 동원해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자스코는 역앞 재개발지역의 요지를 차지해 입지조건상 실패는 예상도 못했다.

분석 결과 바바이반은 너무 서구식으로, 자스코는 너무 일본식으로 장사한 것이 패착이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바바이반은 손님들이 지나다니기 편하라고 매장간격을 넓게 만들었으나 오히려 이것이 손님이 몰려도 왠지 훤해 보이는 느낌을 줘 구매심리를 위축시켰다는 것.

또 자스코는 상하이의 일본기업 주재원들을 타깃으로 본사에서 일본식품을 들여와 비싸게 팔다 오히려 중국 단골 손님들을 놓치는 '소탐대실'의 잘못을 저질렀다.

한국업체 중에 드러난 실패사례는 아직 없다. 상하이 시장에 한국 브랜드가 도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몇년 전까지 S.B 등 유명브랜드 상당수가 진출했지만 어느새 슬그머니 사라졌다.

둥팡상샤 관계자는 "한국산 브랜드 상당수가 재고품 등 질이 떨어지는 물건을 팔아 이미지를 망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9월 난징시루에 문을 연 한국 유명 브랜드점 한쪽 진열대엔 여전히 재고상품이 그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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