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전립선염, 진정 난치병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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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택 한의사

진료실을 찾은 영업사원 K씨는 이미 오랫동안 전립선염으로 고생을 해왔던 환자였다. 한창 바쁠 때 야근, 술자리, 흡연 등으로 몸을 혹사시키던 중, 차츰 회음부와 하복부에 당기고 찌릿찌릿한 느낌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소변 횟수가 늘어나고 자주 봐도 시원치 않은 증상을 계속 겪게 되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비뇨기과에 내원하여 항생제와 소염제, 알파차단제 등으로 치료를 받으니 증상은 모두 사라졌었는데, 한동안 괜찮더니 반 년 정도 후에 다시 증상이 나타났다. 이런 식으로 재발과 치료를 몇 번 반복하는 과정에서 최근에는 치료를 받아도 처음처럼 증상이 말끔하게 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검사 상으로 염증은 사라졌는데 통증과 소변 증상은 여전히 남아있고, 최근에는 주치의로부터 완치는 사실상 어렵고 증상이 심해질 때 대증적으로 치료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K씨는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하고 위축된 상태였다.

만성화된 전립선염은 왜 치료가 어렵다는 것일까?

첫째로 전립선이 특수한 형태의 지방세포로 구성된 조직이기 때문에 약물의 전달이 쉽지 않아 약물의 효과가 다른 조직보다 떨어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초기에 항생제, 소염제 등의 약물을 투여하여 치료 효과를 보는 환자들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절대적인 변수라 하기는 어렵다.

두 번째 이유는, 전립선염의 대표적인 세 가지 증상(통증, 소변 이상, 성기능 문제)을 유발하는 원인이 단순히 세균으로 야기된 염증성 반응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립선염의 발생과 지속 과정에는 세균 감염 이외에도 다양한 원인이 관여한다. 처음에 세균성 전립선염으로 발병했다 해도 항생제 치료 이후에 비세균성으로 바뀌고 증상만 남는 경우가 상당하다. 아예 애초부터 세균성 감염 없이 전립선과 주변 조직이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 피로해지고 충혈되면서 붓고 딱딱해져서 발생하는 전립선염도 아주 많다.

실제로 만성전립선염 중 세균성 전립선염은 드문 편이고, 80~90%가 비세균성이다. 이들은 엄밀히 말해 통상적인 염증이라 부르기도 어렵기 때문에 전립선통, 만성골반통증증후군 등의 새로운 명칭이 붙게 된다. K씨처럼 검사상 염증은 발견되지 않지만 통증, 소변 이상, 성기능 문제 등의 증상은 여전히 남아 병원을 오가며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만성 전립선염의 온전한 치료를 위한 대안은 없는 것인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대안은 있다’. 전립선염 치료의 어려움으로 꼽히는 약물의 전달력을 높이고 전립선 증후를 유발하는 다양한 국소 요인을 좇아 상황별로 단계적 해결을 하면 예전의 건강했던 몸을 회복할 수 있다.

세균에 의한 염증성 반응이 없어도 전립선 증후가 남는 것은 궁극적으로 염증이 훑고 지나간 자리가 회복되지 않아서이다. 염증은 일종의 전쟁으로 비유할 수 있다. 외부 침입 혹은 내란으로 전쟁이 일어나면, 일정 기간의 전투를 거쳐 승리했다 해도 싸움터인 국토는 폐허가 된다. 전립선에 비유하자면 붓고, 딱딱해지고, 울혈이 발생된 상태인 것이다. 전쟁 전의 생산적이고 건전한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복구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립선염 역시 마찬가지이다. 항생제와 소염제로 세균과 염증 증상이 소실되었다고 해서 손상을 받은 전립선 및 주변 조직이 곧바로 원래의 기능을 되찾지는 못한다. 양호한 면역력의 토대 위에서 조직의 회복을 돕는 수단이 구비되지 않으면 전쟁은 끝났지만 폐허는 그대로 방치되는 것이다.

이 모든 고통은 전쟁의 승리에만 집중하고 그 폐허의 원활한 회복을 도외시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염증의 소실과 더불어 손상된 조직을 회복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 조직이 딱딱해져 발생하는 통증은 긴장을 완화하고 조직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개울(開鬱)과 행기(行氣)의 원칙으로, 전립선 종창 등 형태 변화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변 이상은 부종을 줄이고 압박을 해소하는 청열(淸熱)과 거습(祛濕)의 원칙으로, 음경 해면체로 유입되는 혈관의 저항과 신경 과자극으로 발생하는 성기능 이상은 혈액의 이동을 회복하고 성신경을 정상화하는 활혈(活血)과 거어(祛瘀)의 원칙으로 다각적으로 접근하여 치료가 이루어진다.

더불어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천연 약물은 신체에서 선택적으로 흡수되어, 혈액을 타고 자발적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전립선과 같이 단일 성분의 화학약물이 투과되기 어려운 조직에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전립선의 세 가지 증후가 언제나 동등한 수준에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환자마다 증상이 매우 다른데, 한약의 방제 구성 원리에 따라 세 가지 증상군의 강약을 판단하여 적절히 가감하여 처방하면 온전한 회복상태에 충분히 도달하는 경우를 임상적으로 많이 확인할 수 있다.

만성적인 전립선염은 전쟁보다는 전쟁 후 회복이라는 원칙에 입각하여 치료가 되어야 근본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원칙에 집중한다면 만성전립선염은 더 이상 절망적인 질환이 아니라는 점 잊지 말도록 하자.

한의사 이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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