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검찰 스스로 개혁한다지만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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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단 상견례에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오른쪽)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인사를 나눈 뒤 포옹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스폰서 검사’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에 시동이 걸렸다. 한나라당 김무성, 민주당 박지원 신임 원내대표는 11일 첫 회담을 하고 특별검사를 도입하자는 데 사실상 합의했다.

두 원내대표는 이날 “특검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키로 하고, 특검의 조사범위 등에 대해선 별도 기구를 두고 조율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나라당 정옥임, 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이 발표했다.

이날 합의는 민주당의 특검 도입 요구를 한나라당 김 원내대표가 수용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여권 스스로 강력한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이다. 정옥임 원내대변인은 “국정을 책임진 여당으로서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는 원칙에서 특검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검찰제도 개혁도 주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권 내에선 이미 특검 도입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돼왔다. 정두언 선거기획위원장과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 등은 ‘스폰서 검사’ 의혹이 터진 직후인 지난달 말부터 “검찰 자체 진상조사를 국민이 믿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바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급기야 지난 7일 이명박 대통령과 정몽준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의 당·청 회동 이후 당 지도부까지 “특검 도입을 검토하자”고 서둘렀다. 이 대통령의 부패 척결 의지가 전달됐다는 얘기가 퍼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요즘 사회 전반의 부정비리가 총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도덕 재무장의 관점에서 국민운동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이 스스로 개혁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제도적인 해결책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 직후 검·경 개혁을 위한 범정부 TF를 구성하겠다는 방침이 발표됐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법무·행안부 장관 등 관련 부처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이 참여하는 TF는 상설특검제, 기소심의제나 배심제 등 검찰의 기소 독점을 보완하는 방안들을 검토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에서 제기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도 논의는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두언 의원은 “지난 대선 공약에서부터 이명박 정부는 부패 척결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었다”며 “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패 이슈로 야당에 끌려다닐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여권 내에선 특검을 하더라도 수사 및 기소 대상이 될 사건이 많지 않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고 한다.

원내대표 회동에서 김 원내대표는 “검찰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현 정부에서 (접대가) 발생한 사건은 1건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지난 노무현·김대중 정부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현 정부냐, 과거 정부 일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스폰서 검사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검찰 “이해할 수 없어”=서초동 대검찰청에서는 국회의 특검 도입 움직임에 “검찰 조사를 그렇게 못 믿느냐”는 한숨이 터져나왔다. 검찰은 외부인사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리고 현직 검사 30여 명을 소환 조사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외부인사까지 참여해 진상 조사를 하는 와중에 뭐가 급해서 특검을 도입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업자 정모씨가 주장한 접대 의혹은 대부분 10여 년 전 일로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특검 도입 자체가 잘못된 결정이란 주장도 나왔다. 한 부장검사는 “특검은 기소를 전제로 한 것인데 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글=정효식·홍혜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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