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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낼땐 하루 늦어도 가산금 더 낸 것 돌려줄 땐 미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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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중소기업에 다니는 崔모(39)과장은 지난해 꼬박꼬박 모은 연말정산 서류를 올 초 회사에 냈다. 교회에 헌금을 많이 한 덕분에 82만원을 돌려받게 됐다. 하지만 정작 돈은 3월에야 받았다.

崔과장은 회사 경리과에 따졌다. 경리과 직원은 소득세법에 따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득세법 시행령은 연말정산에 따라 돌려줄 세금은 그 회사의 1월분 근로소득세 징수 범위 안에서 자체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崔과장 같이 환급 받는 직원이 여럿이면 전체 환급금액이 1월분 근소세 원천징수액보다 많아 2월 또는 3월에야 돌려 받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崔씨와 비슷한 경험을 한 일부 봉급생활자들이 국세청 홈페이지에 "세금을 제 때 못내면 가산금을 붙이는 등 낼 세금엔 엄격하면서, 더 낸 세금은 왜 바로 돌려주지 않느냐"며 항의하는 글을 띄웠다. 이에 대해 국세청측은 "법이 그렇게 되어 있다"고 해명했다.

이같이 세금을 내는 국민의 입장을 무시하거나 거의 고려하지 않은 채 거두는 측의 입장에서 관행적으로 해온 징세편의주의적 제도와 세무행정이 여전히 남아 있다.

◇ 전자 신고하고 우편으로 또 신고=2기 부가가치세 예정신고 마감날인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의 한 세무사 사무실은 북새통을 이뤘다. 인터넷을 통해 신고한 똑같은 부가세 서류를 우편으로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1기 신고 때 전자신고만 했더니 세무서에서 신고서가 도착하지 않았다며 우편으로 다시 보내라는 전화가 왔다"며 "또 그럴까봐 이번에는 전자신고도 하고,우편신고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서면으로 받아온 습관 때문에 우편으로 다시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국세청 금리는 요지부동=국세청이 세금을 매길 때 기준으로 삼는 금리(당좌대월이자율)는 연 11%로 1999년 7월 이후 2년 넘게 그대로다. 그 결과 회사에서 학자금이나 주택자금을 연 7~8%로 대출받을 경우 11%와의 차액만큼 소득이 생긴 것으로 간주돼 소득세를 내야 한다.

기업이 법인세를 체납할 때 물리는 가산세율도 외환위기 이후 금리가 높았던 98년 연 14.6%에서 18.25%로 올라간 뒤 그대로다.

◇ 불편한 세금신고서=부가세 신고서 앞면은 신고서, 뒷면에 기재 요령이 적혀 있다. 따라서 신고서를 쓰면서 뒷면을 계속 들춰보아야 한다.

기재항목도 25개나 된다. 가게를 쉬거나 문을 닫을 때 세무서에 휴.폐업 신고와 함께 부가세 신고도 해야 한다. 이를 몰라 부가세 신고를 안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 경우 본의 아니게 무신고자로 분류돼 10%의 가산금을 물어야 한다. 한 세무공무원은 "휴.폐업과 부가세를 한장의 신고서로 합치면 해결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 민원서류 한장에 1만원□=국세청은 지난해 7월부터 부가세과세표준증명 등 8종류의 서류를 없앤 뒤 떼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관공서나 금융기관은 사업자에게 이런 서류를, 그것도 공인된 것으로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답답한 사업자들은 이를 세무사에게 부탁하는데, 세무서에서 무료로 떼어주던 것을 세무사들은 1만원씩 받고 작성해준다.

국세청 관계자는 "서류를 요구하는 기관과 사업자간에 해결할 문제며, 수수료 1만원은 세무사들이 정한 것으로 간섭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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