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팝음반 시장 '별들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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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초겨울 팝음반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앨범을 낼 때마다 전세계 팝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대형 팝스타들이 잇따라 새 음반을 내놓으며 인기를 겨루고 있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 쌍벽을 이루며 팝의 요정으로 사랑받고 있는 브리트니 스피어스, 모던록 밴드의 진수를 보여주는 크랜베리스,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앨범 등이 나오고 있어 팝팬들은 이 가운데 어느 것을 먼저 들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할 것 같다.

◇ 브리트니 스피어스=두 장의 앨범으로 전세계 4천8백만장, 한국 45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한 스피어스는 세번째 앨범 '브리트니'에서 여전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1집에서 일명 '캔디 팝'으로 불리는 달콤한 노래로 팬들을 유혹하고, 2집에서는 좀더 강한 비트의 음악들을 선보였던 그녀의 새 앨범에는 히트곡 메이커로 불리는 유명 프로듀서들이 대거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기존의 프로듀서였던 맥스 마틴 외에 엔싱크의 최근 앨범을 제작한 넵튠스, 마이클 잭슨의 새 앨범 제작에 참여한 로드니 저킨스가 함께 해 최신의 팝 경향을 한데 모았다.

'생큐'의 영국 여가수 다이도와 함께 만든 둘째 트랙 '아임 낫 어 걸, 낫 앳 우먼'은 그녀가 처음 주연을 맡은 영화 '크로스로드'에 삽입된다.'크로스로드'는 내년 2월 개봉될 예정이다.

첫 싱글은 '아임 어 슬레이브 포 유'. 그녀의 매력이 한껏 묻어나는 뮤직비디오가 화제가 되며 차트 상위권을 향해 순항 중이다.

올해 열아홉살. 1999년 열일곱살의 나이로 혜성처럼 등장해 빌보드 싱글 차트와 앨범 차트의 정상을 차지한 최초의 신인 여가수, 빌보드 사상 싱글.앨범 차트 양 부분에서 1위에 오른 가장 어린 여가수로 기록되면서 미국 내 1천3백만장, 전세계 2천3백만장이라는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며 단박에 팝 여가수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 크랜베리스=내년이면 데뷔 10년이 되는 아일랜드 모던록 밴드의 상징 크랜베리스가 내놓은 새 앨범의 제목은 '웨이크 업 앤드 스멜 더 커피'. 로맨틱한 제목의 이 음반은 음악적 여유와 깊이가 충만하다.

한국에서는 록밴드들이 대중적 인기와 관심에서 극히 저조한 상황이 몇년째 지속되고 있어 '이제 국내에서 밴드 사운드는 안되는 게 아닌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만, 크랜베리스의 새 음반을 들으며 '아름다운 멜로디와 수준 높은 사운드만 만들어낼 수 있다면 밴드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팝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첫 싱글 '애널라이즈'는 왕자웨이 감독의 영화 주제곡으로 사용되면서 국내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드림스'를 연상케 하는 달콤한 곡이다. 어쿠스틱한 드럼 연주로 시작하는 이 곡은 10년 경력의 인기 밴드다운 여유가 묻어나는 편한 노래다.

당초 새 앨범 출시를 기념해 전세계 투어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미국 테러 사태로 취소해 아쉬움이 남는다.

크랜베리스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은 아름다운 노래에 선명한 주제의식을 담는다는 점이다.

◇ 마이클 잭슨=팝의 황제 잭슨의 새 앨범 '인빈서블(Invincible)'은 그의 명성이 명성인 만큼 역시 화제가 되고 있다. 다만 그의 명성과 인기에 걸맞은 수준 있는 앨범인가, 그의 인기가 이제 한풀 꺾인 것 아닌가 등이 화제가 되고 있는 만큼 인기와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인빈서블'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

'무적(無敵)이라는 앨범 제목과 달리 팝의 황제가 만든 음반답지 않은 수준미달로 잭슨의 음악적 관습이 한데 모인 음반'이라는 악평이 있는가 하면,'역시 마이클 잭슨!'이라는 찬사가 양립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중의 관심이 예전만 못한 것은 확실하다.

새 노래를 내놓을 때마다 순식간에 차트 정상을 차지해왔던 과거와 달리 첫 싱글 '유 록 마이 월드'에 보내는 한국팬들의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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