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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먼삭스 사태가 주는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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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골드먼삭스 사태는 파생상품이 어떤 방식으로 가상의 가치를 창출하는지 보여준다. 담보로 잡은 자산가치를 뛰어넘어 최우수 등급(AAA)의 CDO가 발행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거래 당사자들이 개인 투자자가 아니라 모두 똑똑한 기관 투자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CDO 거래가 이뤄졌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결국 거품이 꺼지며 수조 달러가 날아갔다.

그 같은 거래가 계속되게 할 순 없다. 일반 주식·채권은 거래 전에 SEC에 등록한다. 파생상품에도 비슷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 파생상품은 여러모로 유용하지만 숨겨진 위험이 있다. 수요 또는 공급의 불균형을 누적시켰다가 어느 한순간 갑작스럽게 폭발할 수 있다. 1987년 10월 주가 대폭락이 발생했던 ‘검은 월요일’이 대표적이다. 당시 주가가 하락하자 기관들이 손실을 줄이려고 프로그램 매물을 내놓았고 이는 다시 주가 하락을 부르는 악순환을 낳았다. 이 사건 이후 파생상품이 증시를 교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인정되어 주가 폭락 시 일시적으로 주식 거래를 중지시키는 서킷브레이크 제도가 도입됐다.

신용부도스와프(CDS)는 특히 의심스러운 상품이다. CDS의 본래 목적은 채권자들에게 부도 위험에 대비해 보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한 없이 거래되는 CDS의 특성을 악용해 매도 포지션(만기일에 주가 등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선물계약을 매도한 상태)에 따른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주가를 떨어뜨리려 시도할 수 있다. 보험 목적 이외에 주가 하락 수단으로 악용되는 셈이다.

파생상품의 구조를 이해하는 건 금융감독기관의 의무다. 감독기관이 금융상품에 내재한 체계적 위험을 충분히 평가할 수 없을 경우에는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 의무를 투자자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또 거래소에서 사고파는 파생상품은 한 묶음으로 등록돼야 한다. 등록 절차는 힘이 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장외시장의 파생상품 거래를 줄일 것이다. 특정 수요자를 위한 전용 파생상품은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상품들을 조합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파생상품의 등록 의무화는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조치다. 현재 미국 장외거래 파생상품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5대 은행은 금융거래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로 이 같은 규제 강화에 반대한다. 그렇지만 다국적 기업들도 반대에 가담하는 건 의외다. 이들의 반대 이유는 특정 수요자 전용 파생상품이 탈세와 순이익 조작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런 불법적 고려가 향후 금융거래 규제 입법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
정리=정재홍 기자 ⓒProject Syndic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