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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101> 선박 환경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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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고갈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 전 산업분야에 걸쳐 환경규제가 점차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구를 지켜라’는 대의명분에다 환경산업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려는 선진국들의 의지가 결합한 결과죠. 일부에서는 “선진국들이 후발주자가 쫓아올 틈을 주지 않고 재빨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조선 및 해운산업과 관련된 환경규제는 어떤 것이 있으며, 또 국내 조선업체들의 친환경 선박 개발은 얼마만큼 이뤄졌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안혜리 기자

각종 선박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의 3~4%를 차지한다. 선박이 차지하는 화물 수송 비중을 감안하면 다른 수송 수단보다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절대량에서는 항공기 등을 훨씬 앞선다. 이러다 보니 선박 관련 환경규제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얼마를 줄여야 할지에 대해서는 각국이 합의하지 못했지만, 국제해사기구(IMO) 차원에서 이산화탄소·질소산화물(NOx)·황산화물(SOx) 등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선박 평형수(Ballast Water)’에 대한 규제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화물선의 균형을 잡기 위해 선박 내 탱크에 채우는 바닷물이 다른 지역에 배출될 경우 해당 지역의 해양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박을 재활용할 때 일어날 수 있는 해양오염을 막는 규제나 작업자의 안전보호를 위한 규제까지도 국제협약으로 정해져 있다.

기술력을 갖춘 국내 상위권 조선업체들은 이런 환경규제를 오히려 큰 기회로 보고 있다. 향후 환경규제를 맞춘 선박 수요가 늘어나는 데다 이런 장비를 장착한 선박일수록 값을 더 비싸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담도 적잖다. 국내 조선사 관계자들은 “국제 환경기준은 물론이고 올해 국내에서 전면 시행되는 사업장별 화학물질 배출량 공개 제도 등 급격히 강화되는 환경규제를 따르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선박평형수 처리 장치 의무화
배 균형 잡으려 채우는 바닷물 속 균 제거해야

2007년 12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의 원유 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1만 2547㎘에 달하는 원유가 바다로 흘러들었다. 사진은 사고 당시 기름띠가 태안반도 해변가에 넓게 퍼지고 있는 모습. [중앙 포토]

모든 선박은 화물 등을 실어 어느 정도 배가 물에 잠긴 채 운항하는 것을 기준으로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화물을 모두 내린 뒤에는 선박의 균형을 잡기 위해 탱크에 물을 채워야 한다. 이를 ‘선박 평형수(BWT·ballast water treatment)’라고 한다. 화물을 내린 곳의 바닷물을 채운 뒤 돌아와 다시 화물을 실으면서 채워넣었던 바닷물을 버리는 것이다. 문제는 선박 평형수에 각종 생물체도 같이 포함돼 장거리를 이동한다는 점이다. 미생물 등이 전혀 다른 환경의 해양과 섞였을 때 생태계 교란이 빚어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각국은 선박에 합당한 처리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IMO는 일단 2012년 인도되는 선박부터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를 의무화하고 2017년부터는 기존의 모든 선박도 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규제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아직 발효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선복량 30% 이상과 비준국 30곳 이상의 조건을 충족하면 그 1년 뒤 발효된다. 그러나 현재 23%, 22개국만 비준한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바닷물에 서식하는 미생물과 세균을 제거하는 ‘에코 밸러스트’라는 처리시설을 장착한 선박을 유럽 선사에 인도한 바 있다.

유해물질 배출 규제
질소산화물, 2016년부터 현재보다 80% 줄여야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 엔진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에대한 규제를 마련하고 2011년 1월 이후 건조되는 모든 선박 엔진에 이 기준을 충족하도록 의무화했다. 현대중공업은 올 3월 이 기준을 만족하는 선박 엔진을 세계 최초로 제작했다.

질소산화물(NOx)은 연료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질이다. 완전히 발생하지 않게 없앨 수 없는 만큼 얼마만큼 어떻게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IMO가 현재 적용하고 있는 질소산화물 규제(Tier I)는 2000년 이후 건조하거나 주요한 개조가 이뤄지는 선박에 설치된, 출력 130kW를 초과하는 디젤기관(엔진)이 대상이다. IMO는 2008년 10월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종전에 비해 20% 줄이는 새로운 규제기준(Tier Ⅱ)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2011년 1월 1일 이후 건조되는 모든 선박에는 새 기준을 만족하는 엔진을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

또 2016년으로 예정된 3단계 규제(Tier III)에선 현행보다 80%나 줄여야 한다.

대표적 오염물질인 황산화물(SOx) 함유량을 제한하는 규제도 있다. 발전기나 보일러에 사용하는 연료가 주 대상이다. 연료유 내 황 함유량을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이 이미 지역에 따라 발효 중이다. 현재 각국 항구에서 통용되는 국제적 기준은 4.5% 이내지만 IMO의 목표치는 0.1%다. 현재 1.5%인 규제기준을 2015년부터 0.1%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유럽연합(EU)에서는 이미 올 1월부터 지역 내 항구에 입항하는 배에 대한 규제에 들어갔다. 미 캘리포니아도 현재 0.5%인 규제 기준을 2012년부터는 영내 24마일 이내를 기준으로 0.1%로 강화하기로 했다. 황 함유량을 낮추려면 품질이 좋고 비싼 고급 기름(MGO)을 써야 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기름 대신 액화천연가스(LNG)를 원료로 사용하는 선박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천연가스는 땅속 가스층에서 뽑는 가스다. 지구의 대기온도와 압력에서는 기체 상태로 존재하지만 -162도로 냉각시켜 액체로 만들면 부피가 600분의 1로 줄어 운반하거나 저장하기도 쉽다.

유조선 이중선체 규제
기름 유출 최소화 위해 올해까지 ‘두겹’ 개조해야

IMO는 1994년부터 새로 지어지는 재화중량(DWT) 3000t급 이상 유조선에 대해 이중선체구조를 의무화했다. 기존 선박들도 올해까지 이중선체로 개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배의 바닥과 측면을 두 겹으로 만들면, 암초 등에 부딪쳐 선체를 둘러싼 강판이 찢어져도 기름이 흘러나오는 것을 막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 미국은 1995년, EU는 2003년부터 단일 선체 유조선의 영내 입항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은 2011년부터 단일 선체 유조선이 항만에 입항하는 것을 전면 금지할 방침이다. 국내 단일 선체 유조선 입항률은 2007년 53%에서 2009년 22%로 줄었고, 올해는 15% 이하로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조선소들은 올해 각 해운사들로부터 이중선체로의 교체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선박을 재활용할 때 해양오염과 작업자의 안전보호를 위해 선박과 장비에 사용된 유해물질 목록을 작성하고, 재활용 시설의 작업 환경과 방법의 개선을 요구하는 선박재활용 협약이 2009년 5월 채택됐고, 현재 실무 적용을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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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업체들은 …
연가스·전기 … 친환경 엔진 개발, 발빠른 대응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IMO 새 기준을 만족하는 친환경 선박엔진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올 3월 기존 엔진보다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15%가량 줄인 친환경 엔진에 대한 시운전을 마치고, 발주처인 중국 조선소에 수출했다.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본부 김응성 상무는 “세계 첫 친환경 엔진 개발로 이 분야에서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세계적 엔진 제조사인 덴마크 만디젤사와 함께 천연가스를 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엔진 개발에 나서고 있다. 올 연말까지 시제품을 만들 계획이다. 현재 선박 대부분이 사용하는 디젤유 대신 고압 천연가스를 사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은 23%,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은 각각 24%와 92% 감소시킨다. 또 현재로선 천연가스는 기름에 비해 가격도 싸다. 삼성중공업은 2001년에 이미 전기추진 LNG선을 세계 최초로 건조하는 등 친환경 관련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 대학 및 민간 연구기관과 함께 LNG 연료전지와 수소연료전지, 초전도 전기추진 모터,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등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중공업이 각종 친환경 기술을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에 적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배 한 척이 1년 동안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소나무 1200만 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양과 맞먹는 규모다.

도움말: 조선협회·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뉴스 클립에 나온 내용은 조인스닷컴(www.joins.com)과 위키(wiki) 기반의 온라인 백과사전 ‘오픈토리’(www.opentory.com)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 있으세요? e-메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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