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프간전 대대적 홍보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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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을 상대로 전쟁을 치르면서 대대적인 '홍보전'에 나섰다.

미 국방부는 최근 군사 공격의 정당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미국 홍보회사 렌든 그룹과 계약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이 회사가 79개국의 언론 보도를 점검.분석해 미군에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할 것이라고 보도했다.렌든 그룹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실각을 꾀한 이라크 의회를 위해 언론 공작을 펼친 미 중앙정보국(CIA)과 손잡기도 했다.

이 회사는 미국 고위관리들이 아랍권에 대한 홍보전에 나서도록 조언했다. 그 결과 콜린 파월 국무부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장관이 그동안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던 뉴스전문 아랍방송 '알 자지라'에 줄줄이 모습을 나타냈다.

이들은 아랍권 방송.신문들과 인터뷰를 하고 "미국이 이슬람교와 이슬람교도에게 적대감이 없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들의 인터뷰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달 말 "아랍인들이 미국 고위인사들의 말을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말이 그동안 아랍인들이 들어온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한 예로 이스라엘의 미제 탱크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점거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랍인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미 국방부가 미디어 홍보전에 나선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미국 광고학 교수인 유진 세쿤더는 1991년 걸프전 때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막의 폭풍'작전에선 오직 한 곳의 전투장면이 언론에 공개됐다.TV카메라맨들은 관광버스를 탄 여행객처럼 한 곳을 찍고 군당국이 공인한 다음 목적지로 옮겼다.결국 전략가들은 걸프전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강력한 대중적 지지를 끌어내려면 잘 통제된 홍보 프로그램과 긍정적인 보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유명한 매체비평가인 노먼 솔로몬은 이런 홍보전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전쟁을 이끄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잘못된 명령보다 일반인의 그릇된 인식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특징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보전 뒤엔 외면할 수 없는 사실들(facts)이 있다고 그는 꼬집었다. "미국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에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노인들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거듭된 공습으로 이동로가 막혀 원조 차량이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아자는 현재 약 10만명이나 겨울엔 수백만명으로 늘 것이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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