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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업계 '가격 다이어트'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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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11월이 가기 전에 차를 사야 할까. 자동차 대리점마다 한결같이 '11월에 구입하십시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연말을 앞두고 내수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대대적인 할인 판촉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내용이다. 또 내년 초부터 특소세가 환원되는 만큼 그에 앞서 차량을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내놓은 자동차 5개사의 할인 조건은 종류도 다양하고 할인 폭도 큰 편이다.

◆ 11월 자동차 특수?=11월과 12월은 자동차업계에서는 전통적인 비수기로 통한다. 연식변경을 우려한 고객들이 차 구입시기를 연말 보너스를 받은 뒤로 미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달은 다르다.

자동차 5개사가 지난 10일까지 집계한 판매량은 2만3000여대로 지난달보다 무려 50%가 늘었다. GM대우자동차판매의 이상규 과장은 "10일 이후에도 하루하루 판매량을 집계해 보면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11월의 판매량으로는 최근 5년간 신기록을 세울 것 같다"고 말했다.

◆ 깎아주고=11월 판매를 위해 자동차사들은 우선 현금 할인 폭을 크게 높였다. 현대차는 매달 차량 판매 때마다 깎아주던 기본이벤트 할인액을 15만~100만원에서 11월엔 30만~200만원으로 늘렸다. 또 소득원만 확실하면 타깃할인 명목으로 20만원을 더 깎아준다.

기아차는 기본 할인은 물론 연말 재고 처분 명목으로 전 달보다 100만~250만원을 추가로 깎아 준다. GM대우차는 마티즈와 칼로스를 일시불로 사면 각각 50만원과 60만원씩 할인한다. 쌍용차는 로디우스 고객에게 80만원을 할인한다.

◆ 또 깎아주고=인터넷 이벤트나 시승행사에 참여하거나 같은 메이커 차량을 다시 구입하면 별도의 할인혜택을 준다. 르노삼성차는 SM5나 SM3의 재구매고객에겐 50만원을 지원해 준다. 현대차는 재구매 고객에게 차종에 관계없이 10만원을 추가 할인한다. GM대우차는 인터넷 시승 평가단에 참여하면 차종에 따라 10만~30만원을 더 깎아준다. 쌍용차는 자사는 물론 다른 회사의 레크리에이션차량(RV) 소유자가 다시 RV를 구입하면 30만원 특별 할인 혜택을 준다.

◆ 무료로 달아주고=하나씩 추가할 때마다 차 값이 크게 오르내려 망설이던 옵션(선택사양)을 무료로 달아주기도 한다. GM대우차는 일시불 고객에게는 차종에 따라 130만원 상당의 자동변속기나 200만원 상당의 DVD카시어터를 무료로 장착해 준다. 쌍용차는 일부 차종에 대해 40만~50만원 상당의 에어백과 80만원 상당의 데크-커버 할인 쿠폰을 지급한다.

르노삼성차 역시 현금으로 구매하거나 정상 할부로 구입하는 고객들에게 43만원 상당의 ABS를 달아준다. 또 50만~100만원의 유류비를 지원한다. 기아차도 모든 여성 고객에게 10만원의 유류권을 지급한다.

◆ 이자 없는 할부까지=GM대우차가 가장 다양한 할부 조건을 제공한다. 우선 모든 차종에 대해 36개월간 무이자 할부를 실시한다. 할부금이 부담스러우면 기존의 할부금리(10.8%)보다 저렴한 5%의 이자만 내고 5년간 차 값을 나눠낼 수 있다.

르노삼성차도 SM5를 30개월까지 무이자로 할부판매한다. 현대차는 13개 차종에 대해 기존에 36개월 할부에 붙던 금리(8.4%)를 낮춰 7.5%를 적용한다. 쌍용차는 인도금까지 12개월 무이자 할부로 해준다. 목돈이 전혀 없어도 할부만으로 차를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 지금 사야 하나=자동차 10년 타기운동본부의 임기상 대표는 "해가 바뀌면 차의 연식이 변경돼 한두 달만 타고도 중고차 값이 하락할 수 있으므로 연말엔 신중하게 차를 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 수명이 다할 때까지 몰 운전자라면 지금 사는 것도 좋겠지만 중간에 차를 바꿀 계획이라면 손익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다양한 할부프로그램을 비교해보고 소득 수준에 맞춰 할부기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무이자 할부판매의 적용 차량이 주로 2000만원대 이상에 몰려 있고 할부기간이 3년 이내로 짧은 만큼 매달 납부할 할부금이 적정한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워낙 내수가 침체돼 정부가 내년 초로 예정된 특소세 환원을 연기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 중인 것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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