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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참여권 보장 의미] 피의자 인권보호 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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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법무부가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피의자 신문 때 변호인의 참여권(參與權)을 보장하기로 한 것은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시비를 줄이고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변호인 참여권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부터 허용될 가능성이 크다.따라서 법조계에서는 변호인 참여권 신설도 중요하지만 현행법이 보장하고 있는 변호인 접견권을 일부 수사기관에서 상황에 따라 제대로 허용하지 않는 것부터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수사 초기에는 변호인 참여권 인정 안될 듯=형사소송법(34조)은 "변호인은 피의자나 피고인과 접견하고 서류 또는 물건을 받을 수 있다"고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안사건 등에서 변호인의 접견이 제한되는 사례가 발생해 기본권 침해 시비가 일어나기도 했다. 서울지법은 지난달 16일 공안사건으로 구속된 朴모씨 등 6명과 변호인 2명이 "국가정보원이 변호인 접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접견 과정을 촬영해 변호인 접견권과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법무부는 그러나 구속영장 발부 전후 가운데 어느 단계에서부터 변호사들에게 참여권을 부여할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는 긴급체포의 경우 48시간 안에 영장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간적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변호인들이 참여권을 내세워 수사를 지연시키는 등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수사기관 종사자들의 의견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변호인의 참여권은 구속된 피의자에 대한 조사나 긴급을 요하지 않는 수사 등에 제한적으로 허용될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는 이 경우에도 변호인이 조사진행을 방해할 경우 수사기관 종사자가 변호인을 퇴거시키는 것을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에서는 변호인 참여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한미행정협정에 따라 미군 범죄자 수사 때 초기단계부터 변호인 참여권을 보장하고 있다.이 경우 변호인들은 피의자와 함께 앉아 수사기관의 조사방식에 시정을 요구하거나 피의자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다.

◇ 검사.변호사 반응 엇갈려=변호인 참여권 보장 추진에 대해 일선 검사와 변호사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공안.정치사건 등 예민한 사건의 경우 변호인들이 참여하면 인권침해나 공정성 시비가 많이 줄어들겠지만 초동수사 단계에서부터 변호인의 참여권을 인정하면 수사 진행이 늦어지는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백형구(白亨球)변호사는 "초동수사 단계에서도 참여권이 인정돼야 하며 그 자리에서 조언할 수 있는 권리도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원배.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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