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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리포트] 열기 식은 재건축 시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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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올해 부동산 시장의 화두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게다.

얼어 붙었던 기존 주택시장에 봄바람을 불어 넣어 가격상승을 주도했고, 이렇다할 돌파구를 찾지 못해 안달이던 신규 분양 현장에도 불을 지핀 공로가 대단하다.

그랬던 재건축 시장이 요즘 벼랑끝으로 내몰리는 신세로 전락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매매가는 이제 하락세로 반전됐으며 매물이 쌓이는데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렇게 갈망하던 재건축 사업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으니 정말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이런 지경까지 이르게 됐을까.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옛말의 교훈을 새겨듣지 못한 결과라는 소리도 들린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 주민.시공업체.부동산중개업소와 같은 이해 관계자들이 시장을 너무 부풀린 게 화근이 된 게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 또한 높다. 정도가 심하면 이를 바로 잡는게 순리다.

다른 시장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부동산의 경우 열기가 '과(過)'하다 싶으면 정부가 가차없이 '규제'라는 찬물을 끼얹는 데도 바로 이런 배경이 깔려있는 것이다.

과밀화.교통난 등 재건축의 부작용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용적률 강화라는 규제가 나왔고 무분별한 철거로 인한 전세난은 소형주택 공급 의무화 제도 부활을 낳게 했다. 다 '과'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반대로 규제가 '과'해 집이 안팔릴 정도로 경기가 나빠지면 분명 부양책이 나오게 돼 있다.

규제와 부양책이 우리 부동산시장을 번갈아 지배하고 있다는 말도 아마 이때문에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종합해보면 이런 시장의 순리를 제때 파악해야 투자에 실패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정이 이런데도 일부지역의 주민.투자자들은 재건축 시장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미 채산성이 없다고 판명된 단지인데도 주민들은 재건축을 고집하고 있으며, 투자자들도 이에 가세해 장밋빛 전망에 들떠 있다. 참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건설업체들은 일감 선점차원에서 재건축에 참여하기 때문에 유명 회사가 시공사로 선정됐다고 해서 없는 투자성이 다시 생길리 만무하다. 물론 모든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다 투자 메리트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계획이 확정된 서울 저밀도 재건축 단지라든가 소형주택 공급 의무제와 무관한 소규모 단지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작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저층은 저층대로, 중층은 중층대로 거품이 심해 예전같은 투자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재건축의 허상이 제대로 시장에 반영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잘 판단해서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영진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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