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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권 최고위원 인터뷰] "우리 당 아직 정신 못차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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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김중권(金重權)최고위원은 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과 당 대표를 지냈다.

그런 金위원이 최근 대구.경북지역을 순회하고 나서는 "이번 재.보선 결과는 민심 이반이란 말을 쓸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엉클어진 영남권 민심을 되돌리지 않고선 민주당이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표에서 물러난 뒤 중앙일간지와는 처음으로 한 인터뷰에서 金위원은 민심수습 방안으로 지역편중 인사 문제까지 거침없이 거론했고 당내 계파도 비판했다.

-이번 재.보선 패배를 '민심 이반'으로 규정했는데 원인이 뭐라고 보나.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추진한 개혁의 대상엔 우리의 지지기반인 서민과 중산층이 포함됐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직자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서 심한 반발이 생겼다. 경제도 어렵다. 또 인사정책에 대해 못 미더워했다. 영남 정권 때 호남 인사를 중요 보직에서 배제했는데 호남 대통령이 나와 이를 바로잡다 보니 상대적으로 호남 인사를 많이 기용한 것처럼 보였다. 근간에 비율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대구.경북지역을 돌아보면서 중요 보직에 호남 사람들이 배치된 것에 대해 영남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특정 지역 독차지에 굉장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는데 편중인사에 책임있는 것 아닌가.

"나는 실장으로 있으면서 내가 말한 대로 보좌했다.문제는 그 다음에 생겼다."

-당정 개편을 통한 국정 쇄신 요구가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자꾸 사람을 바꾸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별 효과도 없고 그때 그때 응급주사 놓은 것에 대해 좀 지나면 비판이 나온다. 사람 고르기도 어렵다. 그러나 대통령이 사람을 바꾸겠다고 결단했다면 연말까지 가선 안된다. 안할 거라면 몰라도 할 거라면 빨리 해야 한다. 늦추면 효과가 반감된다. 인사권이야 대통령 고유 권한인데 언제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집권 말기 人事기준은 민심

-개편의 내용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대표에서 물러날 때 대통령께 말씀드렸다. 인사 기준엔 능력.전문성.충성심 등 여러가지가 있다. 집권 말기로 가고 있으니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특정 지역 사람들이 너무 나와 있는 것도 정리해 줘야 한다."

-김근태 최고위원의 동교동계 해체 주장은 어떻게 평가하나.

"집권당이 제기능을 하려면 공조직과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공식 기구에서 후보 가시화론 같은 것을 말해야 한다. 동교동.비동교동계에다 무슨 포럼이니 하는 모임들이 대변인까지 내세워 주장하는데 그러면 당이 허깨비가 된다. 공조직을 활성화하려면 분파가 없어져야 한다."

***분파 많아 黨조직이 허깨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나.

"저쪽(한나라당)은 이회창씨로 결정된 것 같은데 나는 민주당에선 영남권 후보가 나와야 이긴다고 본다. 영남은 전체 인구의 3분의1이 넘는다. 이 인구를 포용하지 않고선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영남 현지의 분위기도 영남 사람이 나와야 한다는 거다. 나에게 '후보만 되면 대선에서 몰표를 주겠다'고들 한다. 당내에 영남 사람이 몇 있지만 역부족인데다 아직 우리나라엔 보수층이 다수라서 이들 보수층이 등 돌린 사람은 안된다. 나는 오랜 기간의 국정전반의 조정 경험이 있다. 다른 주자들에게는 없는 경력이다. 대통령은 시험삼아 해보는 자리가 아니다."

-영남 후보론이란 지역주의에 편승하겠다는 주장 아닌가.

"배타적 지역주의가 아니다. 영남 후보로서 호남을 안을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과거 영남에서 대통령이 네번 나왔는데 호남의 반대 속에 정권을 잡아 호남 사람들은 한이 맺혔다. 역으로 김대중 대통령도 영남 사람들의 끈질긴 반대 속에 당선됐고, 결국 영남을 안지 못했다. 나는 내년 선거는 영호남의 협력 속에서 정권이 재창출돼야 한다고 본다."

-아무리 영남 출신이라도 대중적 인기와 지지도가 없는데 표가 나오나.

"다른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뛰었지만 나는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그런데 무슨 지지도가 있겠나. 그러니 현 시점에서 나에 대해 지지도 운운하는 것은 안 맞는 얘기다. 동교동계 핵심 인사가 내 지지율이 오르면 밀 수도 있다는 말을 하길래 '나는 金대통령과 불가분의 관계다. 대통령 인기가 높지 않으면 나도 떨어진다. 왜 나한테 높으냐 낮으냐를 말하느냐'고 했다. 다음달 15일 대구에서 큰 규모의 후원회를 연다. 그 이후에 내가 뜨는지 안 뜨는지를 평가해달라."

-대통령 비서실장 재직시 여권의 지지세력을 영남 쪽으로 넓히려는 시도를 했고, 그 시도는 지난 총선에서 金위원이 봉화-울진에서 낙선하면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나.

"나는 실패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동서 화합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갈등이 빚어진 게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어서 1~2년 안에 해결되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해의 폭을 넓히면서 꾸준히 달라져야 한다. 내가 졌지만 16표 차다. 개표 때는 24표였는데 검표해 8표를 좁혔다. 당선이 안됐을 뿐 평가받지 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예전에 민주당 후보가 영남에서 그만큼 표 나온 일이 있었나."

-구로을 재선거에 나갔으면 당선했을 것으로 보나.

"(웃으며)잘 모르겠다. 아마 선전했을 거다."

-후보 조기 가시화 주장에 대해 동조하나.

"지금 왜 후보 가시화가 논의되는지 모르겠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저쪽은 이회창씨가 있는데 우리는 없어서 구심력이 모자란다면 조기 가시화를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패인이 그것은 아니다. 민심 이반이다. 조기 가시화는 당내 경쟁자들의 관심사지 국민의 관심사가 아니다. 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만난사람=김교준 정치부 차장

정리=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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