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 폐지 찬반 논란] 폐지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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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헌법재판소는 1996년 사형제 폐지가 시기상조며, 이 제도의 범죄 예방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대법원도 위와 비슷한 논점을 들어 사형제는 존치돼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사형제는 그 사회의 문화 수준이나 사회 현실과 견주어 살펴야 할 사안이다. 다른 나라에서 폐지했다고 해서 따라가야 하는 것이 아니다.

또 개선 여지가 없는 흉악범 등만을 사형 집행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굳이 폐지할 이유가 없다. 지존파처럼 극악무도한 범죄자에 대해 사형집행 이외 어떤 처벌이 마땅한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물론 생명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사형제는 최소한으로 운영돼야 한다. 그러나 비례의 원칙에 따라 다른 생명 또는 그에 못지않은 공익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라면 그것이 비록 생명을 빼앗는 형벌이라도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아직까지 사형제의 폐지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도리어 현재의 법 감정으로는 폐지보다 존치에 그 무게가 실려 있다고 본다.

인간의 생명을 부정하는 등의 범죄행위에 대해 지극히 제한적으로 적용한다는 전제만 유지되면 사형은 죽음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공포심과 범죄에 대한 응보(應報)욕구에 따라 고안된 필요악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사형제도를 현 시점에서 없애자고 하는 것은 이에 대한 뾰족한 대안도 없이 성급하게 제기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이재욱(李在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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