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포르투갈, 36년전 돌풍 "다시한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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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 처녀출전했던 포르투갈은 식민지 모잠비크 출신의 '흑표범' 에우세비오가 아홉골을 터뜨려 득점왕을 차지하며 3위까지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특히 8강에서 북한에 세골을 먼저 내줬다가 에우세비오가 혼자 네골을 터뜨리며 5-3으로 역전승한 명승부는 월드컵 출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드라마로 남아 있다.

에우세비오는 없지만 포르투갈이 내년 월드컵에서 또 한번의 돌풍을 장담하는 배경에는 '골든 제너레이션(황금세대)'이라고 일컫는 핵심 선수들이 자리잡고 있다.

20세 이하 선수들의 월드컵인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 89, 91년 대회를 2연패한 주전들이 현재 성인팀의 주전으로 고스란히 성장해 10년 이상 호흡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현 대표팀의 핵심 수비수인 페르난두 코투는 89년 멤버고, 피구.루이 코스타.아벨 샤비에르.조르제 코스타.카푸초 등은 91년 멤버, 주전 공격수 조앙 핀투는 두 대회 모두 주전으로 뛰었다.

전력의 핵심은 역시 현역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하나로 꼽히는 피구다. 지난해 유럽선수권대회(유로2000)에서 포르투갈이 독일.잉글랜드를 연파하고 4위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피구의 탁월한 경기 조율능력 때문이었다.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는 유로2000 직후 당시 최고 몸값인 5천6백만달러를 지급하고 경쟁팀 바르셀로나에서 피구를 빼내왔다. 육상선수 출신으로 스피드.드리블.센터링.슈팅 능력 등을 두루 갖춰 최고의 미드필더 지네딘 지단(프랑스)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왼쪽 공격의 실마리는 올해 이탈리아 피오렌티나에서 AC 밀란으로 팀을 옮긴 루이 코스타가 풀어나간다. 피구와 함께 경기 흐름을 조율하다 최전방에 위협적인 패스를 찔러주는 임무를 맡고 있고,기회가 나면 직접 해결하기도 한다.

강력한 미드필드와 함께 탄탄한 수비진 역시 포르투갈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4-4-2 또는 4-5-1 포메이션의 최후방에 조르제 코스타.코투.샤비에르 등 '청소년 멤버'들이 번갈아 기용된다.유럽 지역예선 2조 10경기에서 7실점,골득실차로 아일랜드를 제치고 본선 직행을 확정한 뒷심이 됐다.

스타와 고참들이 포진한 허리-후방에 비해 공격진은 상대적으로 허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유로2000을 통해 빛을 본 세르지우 콘세이상.누노 고메스 등 신진들에, 지역예선에서 일곱골을 뽑아낸 파울레타.조앙 핀투 등이 가세해 가장 주전 경쟁이 치열한 자리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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