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돋보기] 지폐는 펄프로?…솜으로 만듭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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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우리가 돈을 매일 쓰면서도 화폐에 대해 모르는 상식이 참 많습니다.

먼저 지폐(종이 돈)를 무엇으로 만드는 지 알아볼까요. 지폐라고 부르니까 대부분 사람들이 나무 펄프로 만든 종이로 만든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지폐의 원료는 면화로 만든 솜입니다.

지폐는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므로 땀이나 물기에 쉽게 헤지지 않도록 질겨야 합니다. 여기에 딱 맞는 원료가 솜이랍니다. 방적 공장에서 나오는 찌꺼기 솜을 오랜 시간 물에 불려서 부드럽게 만든 뒤 색깔과 냄새를 없애 사용합니다.

요새 지폐는 초록색이 많답니다. 초록색이 종이에 잘 배어서 인쇄하기 쉽고, 색깔이 오래 가는데다 초록색 잉크가 싸기 때문이래요.

돈의 모양을 둘러싼 일화도 많답니다. 우리나라 지폐에 나오는 인물들은 대부분 위인들입니다. 맨 처음 지폐에 인물을 등장시킨 것은 1956년 오백환권을 만들 때로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초상이 들어갔어요.

당시에 李대통령 초상이 중앙에 있었데요. 그런데 사람들이 돈을 절반으로 접어서 갖고다닐 때가 많잖아요.

그러다보니 李대통령 초상이 절반으로 접히게 되었고, 대통령 주위에 있는 아첨꾼들이 '감히 대통령 얼굴을 접을 수 없다'고 나서서 58년에 대통령 초상을 오른 쪽으로 옮긴 새 지폐를 만들었답니다.

72년 나온 5천원권에 그려져 있는 율곡 이이(李珥)선생의 초상을 보면 서양인처럼 콧날이 오똑하고 매서운 인상을 풍깁니다.

그때 5천원권 도안을 영국에 부탁했는데, 영국인 디자이너가 이이 선생 동상을 바탕으로 원판을 도안하면서 자기 기준대로 초상화를 그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결국 이 돈의 초상화는 77년 6월 국내 화가가 그린 영정으로 바뀌면서 현재의 이이 선생 모습을 찾게 됐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짧게 쓰이고 없어진 돈이 무엇인지 아세요. 62년 5월부터 나온 백환짜리 지폐예요.

한복차림의 젊은 엄마와 색동옷을 입은 아들이 저금통장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 특이한 지폐였어요.

우리나라 지폐 중 위인이나 최고 권력자가 아닌 일반인 모습이 나온 돈은 이것뿐입니다. 이 돈은 나온지 25일만에 3차 화폐개혁으로 사라져버렸어요.

돈을 만들어놓고 써보지 못한 적도 있습니다. 72년 6월에 나올 예정이었던 만원짜리 지폐에는 석굴암과 불국사 도안이 들어갔어요.

그러자 불교가 아닌 다른 종교단체들이 들고 일어나 결국 실제 써보지도 못하고 사라졌답니다. 이 돈은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지폐는 많이 접었다 폈다 하더라도 헤지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돈은 5천5백번까지 접었다 폈다 할 수 있어 미국의 달러(4천번), 독일의 마르크(3천3백번), 일본의 엔(1천5백번), 영국의 파운드(1천번) 지폐보다 질이 좋은 편입니다.

쉽게 찢어져서도 안되겠죠. 우리나라 지폐는 10㎏의 무게로 잡아당길 때까지 찢어지지 않는답니다. 미국 지폐의 13㎏보다는 약하지만 일본 지폐의 8㎏보다는 질기죠.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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