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주택· 신한은행, 하이닉스 채권 70%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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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하이닉스반도체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국민.주택.신한은행의 기존 대출금 중 70~80%를 탕감하고 나머지를 전환사채(CB)로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주택.신한은행도 신규자금 지원에 참여하지 않는 조건 아래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이번주 안에 채권단회의를 열어 이들 은행의 대출금 포기 및 출자전환, 신규자금 지원, 금리 감면 등의 하이닉스 정상화 계획을 확정하기로 했다.

신규자금 지원 규모는 대출금 탕감에 따라 이자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당초 계획했던 1조원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 미국 현지 생산법인 (HSMA)의 부도 여부를 결정할 해외 채권단 집회가 11월 8일 열리기 때문에 국내 채권단의 하이닉스 정상화 계획은 그 전에 확정돼야 할 상황이다.

◇ 하이닉스와 결별하고 싶은 국민.주택.신한은행=신규자금 지원을 줄곧 반대한 세 은행의 대출금은 국민 4천97억원, 주택 1천7백21억원, 신한 4천6억원 등 9천8백25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우량은행이므로 대출금의 70~80%를 포기하더라도 손실을 감당할 수 있고, 하이닉스가 회생하면 CB를 주식으로 바꿔 시장에 내다 팔아 일부 손실을 만회할 수 있기 때문에 주채권은행의 제안을 받아들일 만한 상황이다.

특히 하이닉스와 인연을 끊으면서 하이닉스 정상화 방안에 반대하지 않게 된다는 점도 세 은행의 부담을 덜어주는 부분이다.

대출금 포기 규모와 출자전환의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서는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 포기하고 남은 채권을 세 은행이 계속 보유하거나 하이닉스 또는 신규지원 참여 은행 등이 되사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주채권은행측은 덧붙였다.

◇ 나머지 채권금융기관의 손익계산=하나 등 신규지원에 불참하는 나머지 은행의 대출금에 대해서는 최악의 경우 채권단이 청산가치 수준의 금액에 사들여 몇년에 걸쳐 갚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투신 등 비(非)은행권은 신규자금을 지원하지 않더라도 금리감면.만기연장.출자전환 등의 채무조정에는 응할 것으로 주채권은행측은 보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법정관리로 갈 경우 담보가 없는 제2금융권의 손실이 가장 클 것이기 때문에 신규자금 지원 부담이 없는 한 이들도 채무조정안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조흥.한빛.산업 등 메이저 채권은행은 다른 은행의 신규자금 지원 몫까지 떠안아야 할 처지다. 또 대출금을 탕감하지 않으므로 당장 입는 손실은 없지만 하이닉스의 정상화 여부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허귀식.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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