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문사 만들면 "국민연금에 득일까 해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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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권이 국민연금기금을 운용할 투자전문회사를 만들기로 합의함에 따라 국민연금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국민연금에 득이 될 것이란 주장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해가 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투자회사를 만들려면 국민연금법을 바꿔야 하는데 앞으로 법안 심의 과정에서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회사는=열린우리당은 각종 연기금의 주식투자 전면 허용을 골자로 한 기금관리기본법 통과에 전력해 왔다. 이를 얻어내기 위해 한나라당의 요구사항인 투자회사 설립 방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정부가 투자회사 설립에 합의한 뒤 경제부처는 투자회사 설치 근거를 기금관리기본법에 두려 했고, 복지부는 국민연금법에 담으려 했다. 복지부는 기금관리법이 기획예산처가 관장하는 법률임을 들어 "재경부 등이 또 국민연금기금을 장악하려 든다"고 강하게 맞섰다.

결국 21일 조정회의에서 복지부 손을 들어줬다.

복지부는 기금운용본부를 연금공단에서 떼어내 투자회사를 만들 예정이다. 현재 55명으로 된 기금본부의 펀드 매니저를 활용하면 별 무리가 없다고 본다. 복지부 관계자는 "투자회사는 상설화하는 기금운용위원회가 통제하게 된다"면서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투자전문위원회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에 어떤 영향 줄까=연금관리공단 관계자는 "만약 연금이 부실화하면 연금공단은 투자회사가 운용을 잘못했다고 하고, 투자회사는 연금공단이 보험료를 제대로 못 거뒀기 때문이라고 책임을 떠넘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험료와 노후연금 관리조직과 투자 조직이 분리돼 있는 나라는 캐나다 연금기금(CPP)이 유일하다"면서 "별도 조직으로 가면 관리운영비가 늘어 조직만 키우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인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연금공단은 행정가 위주로 된 조직이기 때문에 기금운용본부와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면서 "차라리 아예 떼어내는 게 투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사회보장연금제도의 경우 사회보장세(우리의 연금보험료)는 국세청이 거두고 노후연금은 사회보장청이 지급하며 투자는 재무성이 맡는 식으로 분리돼 있어도 별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투자회사를 만드는 것에 찬성하는 전문가들도 이와 같은 전제조건이 만족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투자회사가 확실히 기금운용위원회의 통제를 받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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