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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보안법 대안'있나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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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를 외쳐온 한나라당이 대안 마련에 진통을 겪고 있다. 여권의 '4대 입법안'가운데 언론관계법.과거사법.사학법안에 대해선 차례로 당의 개정안을 확정해 발표해 왔다. 그러나 민감한 쟁점인 보안법안 대해선 공개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당내 의견을 수렴하기로 한 '국가보안법 TF팀'(위원장 이규택 의원)은 지난달 20일 구성됐지만 지금까지 한차례 상견례만 했을 뿐이다.

한나라당이 대안 마련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은 보안법안의 처리 방향이 당의 정체성과 직접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국민 여론이 폐지에 부정적이긴 하지만 폐지 반대론만 반복할 수도 없다. 변화를 거부하는 당 이미지를 탈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외적으론 명분을 세워 시간을 끌려 한다. 김덕룡 원내대표도 지난주 있은 원로들과의 시국간담회에서 "4대 입법은 정기국회에서 다룰 법도 아닐 뿐더러 민생현안 우선순위에도 맞지 않는다"며 "정기국회 이후에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지도부가 보안법의 공개 논의를 꺼리는 속내는 잘못 다루면 당이 최대 내분으로 치달을 우려가 있어서다. TF팀의 이규택 위원장은 "당내 견해차 때문에 24일 있을 TF회의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면 보안법 개정의 폭이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당내 각 모임들은 독자적인 보안법 개정안을 만들어 TF팀에 전달하는 등 당론 확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지난주 보수파 모임인 '자유포럼'은 보안법을 소폭 개정하는 안을, 진보성향 소장파들의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은 보안법 명칭을 '자유민주적기본질서수호법'으로 바꾸는 대체입법안을 제시했다. 대체입법안은 절차적으로 보안법을 일단 폐지하고 새 법을 만드는 것이다.

22일엔 김문수.홍준표 의원 등이 참여하는 '국가발전전략연구회(회장 이재오 의원.발전연)'가 보안법을 '국가안전보장법'으로 법명을 바꾸는 개정안을 내놨다. 주목되는 것은 수요모임과 발전연의 연대 가능성이다. 보안법의 이름을 바꾸고 상당한 폭으로 내용을 수정한다는 점에서 양측의 연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의 대체입법안이 당론으로 채택된다면 여야 간 협상의 폭은 훨씬 넓어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자유포럼의 이방호 의원은 "보안법의 명칭 변경과 2조 '정부참칭'부분 삭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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