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의 의학 프리즘] 목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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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인체 부위 중 목만큼 중요한 곳도 드물다. 목뼈 속엔 호흡과 맥박 등 생명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중추신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먹이를 공격하는 맹수들이 본능적으로 목을 물어뜯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현대인의 목은 취약하기 그지없다. 하루종일 모니터 앞에서 똑같은 자세로 무거운 머리를 지탱하느라 목을 받쳐주는 근육이 지칠대로 지쳐있기 때문이다.

사소한 실수로 목에 치명적 손상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 몇 가지를 짚어보자. 우선 술에 취한 사람의 등을 뒤에서 세게 치는 경우다. 그 정도 갖고 별일이야 있겠냐 싶지만 자칫 치명적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술에 취해 근육이 이완된 사람은 작은 충격에도 목뼈가 삐끗할 수 있다. 심한 경우 사망하거나 사지마비란 불행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는 교수형의 원리이기도 하다. 교수형으로 사람이 죽는 이유는 흔히 알고 있듯 질식이 아니라 체중이 한꺼번에 목에 걸리면서 목뼈가 부러지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귀엽다며 머리를 잡은채 손으로 들어올리는 사람도 있다. 이 또한 아찔하기 짝이 없는 위험천만한 행위다. 들어올리는 동작이 조금만 빨라도 치명적인 목뼈 손상을 초래한다.

교통사고 때도 목을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망사고는 목뼈의 골절 때문에 발생한다. 특히 교통사고 현장에서 외관상 특별한 문제가 없어보이는 환자도 후송할 땐 극히 조심해야 한다. 후송 도중 부주의로 부러진 목뼈가 두부처럼 부드러운 중추신경 속으로 불과 수 ㎜만 깊숙히 침투해도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었던 미국의 패튼 장군도 교통사고를 당한 뒤 구조대원에게 '나는 괜찮다'고 말을 꺼낼 정도였지만 찌그러진 차체에서 몸을 꺼내는 과정에서 즉사했다.이 때문에 교통사고 현장에선 차에 불이 난다든지 하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전문 응급요원이 올 때까지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이 좋다.

부득이하게 옮겨야 한다면 목과 척추가 통나무처럼 일직선이 되도록 유지해야 한다.정말이지 목에 관한 문제만큼은 조심이 상책이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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