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간통죄 합헌 이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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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헌법재판소가 25일 간통죄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개인의 성적(性的) 자기 결정권보다 '가정'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헌재 결정을 지지하면서 이제 우리는 입법부가 간통죄 존폐론에 대한 검토를 다각적으로 할 때가 됐다고 본다.

부부 사이라 할지라도 상대 의사를 무시하고 강제적으로 이뤄지는 성행위에는 강간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공론화될 정도로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가고 있는 때다.

여성계에서도 간통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이 법이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진실로 보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예방 효과' 덕분에 남성에게서 이혼을 덜 당하기도 하지만 남성의 불륜을 쉽게 눈감아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여성에게 더 가혹한 족쇄'가 되기도 하는 현실이다.

세계적 입법례도 간통죄를 폐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도 간통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간통죄가 담고 있는 의미는 단순한 '혼인의 순결'만이 아니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의 삶에 대한 보호책이기도 함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10년 전만 해도 1.1건이던 조이혼율은 이제 2.5건으로 늘었다.

양성 평등의 사회가 뿌리 내리지 못한 우리 현실에서 여성들의 이혼은 고통으로 이어진다. 대부분 가정에서 재산은 남편 명의인데다 재산 분할 청구를 해도 기껏해야 재산의 30% 정도밖에 가질 수 없다. 호주제 등 가족법상의 불평등도 이혼 여성의 삶을 고단하게 한다.

간통죄 존폐는 여성의 법적 지위라는 큰 틀에서 폐지 이후 다른 법과 제도로 이를 보완.해결할 대안을 함께 마련해 나가는 방향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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