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맨해튼서도 '탄저균' 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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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에서 탄저균에 감염된 환자와 공공기관의 검출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5일 미 상원에 우편으로 발송된 탄저균은 고도의 기술로 정밀 가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톰 리지 국가안보국장은 지금까지 검출된 탄저균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를 '탄저균의 무기화'로 규정했다.

◇ '무기 수준'의 정밀 가공=리지 국장은 25일 백악관에서의 기자회견에서 "톰 대슐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 보좌관실에 우송된 편지에서 검출된 탄저균은 고도의 순도를 갖도록 가공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의회에서 검출된 탄저균은 보다 쉽게 사람의 호흡기에 침투될 수 있도록 입자의 크기를 미세하게 만들고 순도를 극대화해 위험도를 높인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이같은 정밀 가공기술은 미국과 이라크.소련 등 극소수의 나라들만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지 국장은 그러나 "탄저균 테러가 누구의 소행인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워싱턴.뉴욕.플로리다 등 미국 각지에서 검출된 탄저균은 모두 '에임즈'라는 균주(菌株) 계열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에임즈'는 1950년대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개발된 것으로 생물무기 연구와 백신 실험 등에 사용되고 있다.

리지 국장은 이어 "다행스럽게도 검출된 탄저균은 유전적으로 변형된 것이 아니어서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 속출하는 감염 사례=탄저균 감염 사례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25일 "버지니아주의 국무부 우편시설에 근무하는 59세 남성이 탄저균에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이후 13번째 감염자로 확인된 이 남성은 두명의 직원이 탄저병으로 숨진 워싱턴의 브레턴우즈 우편집중국으로부터 보내온 우편물을 취급하는 직원이다.

한편 CNN방송은 26일 워싱턴의 미 중앙정보국(CIA) 본부 건물에서도 탄저균이 검출돼 방역작업이 끝날 때까지 시설물이 폐쇄됐다고 보도했다.

CIA는 건물 내 31곳의 감염 여부를 검사한 결과 한곳에서 미량의 탄저균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또 미국 최대의 우편 처리기관인 맨해튼의 모건 우편집중국의 우편물 자동분류기 네대에서 25일 탄저병 양성반응이 나타나 5천5백여명의 직원들에게 항생제가 배포됐다.

예영준 기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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