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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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는 신과 구원을 향한 인간적인 물음이 가득하다. 제작진은 "종교적인 측면을 배제하고, 원작에 가깝게 ‘인간적인 예수’를 그렸다"고 말한다.

4년 만에 다시 예수에게선 인간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사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우리에게 친숙하다. 줄거리는 널리 알려진 것이고 멜로디들도 귀에 익은 작품이다. 공연 자체도 1980년부터 4년에 한 번 꼴로 국내 무대에 올랐으니 그만큼 새로움을 더하기가 힘들다.

이번 공연은 달랐다. 예전의 무대가 너무 종교적이고, 원작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을 출발선으로 삼은 듯했다. 예수는 바다 위를 걷지도, 물을 포도주로 바꾸지도 않는다. 십자가에 못박힌 뒤 사흘 만의 부활도 작품에는 나오지 않는다. "예수의 본래 모습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는 공감이 형성되는 듯했다. 여기에 청바지나 힙합 바지, 가죽 재킷을 입은 추종자들이 등장한다.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 언덕을 오를 때는 기자들까지 몰려든다. 여기까지는 이전 공연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신과 구원을 향한 너무도 인간적인 물음이 생생해졌다. 물음의 시제는 현재형이고, 구어체에 더욱 가까워진 노랫말로 예수의 고뇌를 살렸다. 유다는 기관총을 난사하듯 '인간적인 의문들'을 쏘아댄다.

그래도 작품이 보여주려 한 인간 예수의 면모는 충분히 와닿지 않았다. 예수는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에게 "내가 죽고 나면 기억이나 할까. 돌아서면 잊을 걸"이라며 식탁까지 뒤엎는다. 신경질적인 예수는 객석을 낯설게 만들 수도 있다. 좌중을 빨아들이는 고요한 카리스마, 유다의 배신마저 끌어안는 포용력, 이를 모두 갖춘 예수의 인간적인 절규가 아쉬웠다. 신과 인간,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 만의 번뇌 말이다. 그러나 무대 위의 예수는 나약하기만 했다. 원작이 지닌 한계였을까.

박완규(예수 역)와 김동욱(유다 역)은 카랑카랑한 목청으로 객석을 흔들었다. 강한 비트의 록 음악도 극의 긴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가수 출신이어선지 내면의 감성까지 담기엔 설익은 몸짓이 어설퍼 보였다. 28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만~12만원, 02-501-7888.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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