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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명의 오! 캐스팅] 6·끝 스타의 변신은 무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할리우드산 로맨틱 코미디 영화하면 떠오르는 배우들은?

단연 멕 라이언이다.좀 젊은 여배우로는 줄리아 로버츠, 르네 젤위거가 있겠다. 남자 배우로는 휴 그랜트나 빌리 크리스탈,톰 행크스 정도?

어쨌든, 할리우드엔 '장르'를 책임지는 배우들이 있다. 액션 영화 하면 아놀드 슈워제네거나, 실베스타 스탤론, 장 클로드 반담이나 스티븐 시걸 같은….

우리는 "어떤 장르의 대표 배우"란 개념이 아직 약하다.물론 할리우드처럼 '장르영화의 공식'을 철저히 수행하는 제작 방식이 아닌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한때 청춘의 표상 같은 유지태는 작가주의 냄새가 짙은 '봄날은 간다'에 등장하고, 거칠 것 없는 신세대 스타의 이미지였던 배두나도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별볼일 없는 주변부 삶을 사는 스무살 소녀를 연기했다.

'쉬리'의 흥행과 완성도에 기여했던 최민식은 '파이란'에서 '장르영화' 혹은 고정된 깡패의 이미지가 아닌 사람냄새 짙은 3류 인생, 3류 건달로 분했다.

'순애보'의 소심하고 하릴없는 동사무소 말단 직원 이정재와 '흑수선'의 강렬한 눈빛의 열혈 형사 이정재와의 이미지 간극은 무척 크다.

즉 할리우드처럼 모 배우하면 어떤 장르가 떠오르거나,그만큼의 안정적인 기대 심리를 유도하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 영화 배우들은 빅스타임에도 작은 영화 혹은 작가주의 영화와 대규모 제작비의 영화나 장르영화를 넘나들며 고정된 이미지보다는 여러 캐릭터로 변신한다.

그래서 역대 스타임에도 관객 2만명짜리 흥행 참패작을 낳기도 하고, 2백만명의 대박 성적표를 만들기도 한다.

문제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안게 되는 '리스크'이다. 스타마저도 고정된 이미지가 없으니, 그만큼 '안정된 흥행 파워'도 없는 것이다. 최소한 그를 기용하면 일정 정도의 흥행이 보장된다거나, 관객의 기대 심리가 어느 정도라고 예측할 수 있는 기준이 상대적으로 희박하다는 것이다.

물론 스타는 흥행을 위한 안전장치이자, 치열한 흥행전쟁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무기이며, 연기력까지 탁월하다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제 1조건이긴 하지만, 아닌 경우도 너무 많은 것이 우리 영화계의 현실이다.

유지태,이영애라는 특급 스타 커플도 그보다 스타 파워가 약하다는 신은경에게 철저하게 패배했다. 물론 흥행성적에서다. 이요원, 배두나라는 신세대 스타는 주말 관객 전국 1만5천명을 모았다.

결국 단순히 스타 캐스팅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스타의 이미지와 영화의 장르 혹은 소재나 주제 등등이 함께 맞물려 상승효과를 내느냐, 그렇지 못하냐이다.

그렇다면 만드는 이들의 고민이나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배우의 시장가치와 연기력, 그리고 영화 속 캐릭터와의 이미지 부합 여부까지 치열하고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고민 끝에 결론이 났다고, 그 결론대로 캐스팅이 이루어지지 않는 험난한(?) 현실이 또한 떠억 버티고 있으니…

그러나 언제나처럼, 영화 만드는 이들의 바람은 '배우를 살리는 영화', '영화를 살리는 배우'와의 행복한 조우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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