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정화는 하늘이 내린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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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조금 보태서 말한다면 하늘이 역도 하라고 내린 아이입니다."

여자 역도 국가대표 상비군을 맡고 있는 전병관 코치의 임정화에 대한 칭찬은 끝이 없다.현역 시절 '작은 거인'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제패했던 전코치가 "지도자를 시작하자마자 정화를 만난 것을 보면 나는 틀림없는 행운아"라고 말할 정도다.

전코치는 지난 2월 중국에서 벌어진 아시아여자주니어역도선수권 때부터 대표팀을 맡았다.

첫 출전에서 전코치는 75㎏ 이상급의 장미란(18.원주공고3)이 중국을 꺾고 3관왕, 정화가 한국주니어 신기록 수립과 함께 은메달 3개를 따내는 전과를 올렸다.

"아무리 좋은 선수라 해도 여자들은 일반적으로 근력이 약합니다. 그런데 정화는 고정 관념을 깼습니다. 단적인 예가 하이 스내치(선 자세에서 바벨을 들어올리는 것)입니다. 보통선수들은 앉아 스내치할 때에 비해 하이 스내치 때는 70% 정도밖에 들지 못합니다. 근력이 좋다는 남자 가운데서도 80% 드는 경우가 드뭅니다. 그런데 정화는 90%를 듭니다. 역도판에서 90% 드는 선수는 저도 처음 봤습니다. 솔직히 처음 만났을 때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전코치는 정화가 초등학교 시절 육상 단거리선수를 했던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말한다. 역도라는 운동이 무거운 쇳덩어리를 드는 게 아니라 그 쇳덩이 밑으로 잽싸게 몸을 집어넣는 것이기 때문이다. 순발력에 있어서도 정화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순발력과 근력이 좋은 정화지만 '아킬레스건'이 딱 하나 있다. 역도 선수로서는 치명적인 부분인데 바로 무릎이 좋지 않다. 육상 때 얻은 고질병이다. 그래서 요즘 전코치는 무릎 안쪽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집중적으로 시킨다. 또 선 자세에서는 무릎을 약간 굽히도록 지도하고 있다.

정화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묻자 전코치는 간단하게 설명했다.

"제가 국가대표에 뽑힐 당시(중학교 3학년) 세웠던 기록을 남자 후배들도 못깨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화가 그만큼 듭니다. 내기 하나 할까요. 같은 체급에서 정화보다 잘드는 또래 남자선수 한번 찾아보세요. 절대 못찾을 겁니다."

장혜수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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