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박명환· 배영수 선발 '보직변경' 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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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승부수.

삼국지에는 적벽대전을 앞두고 제갈공명과 오나라 장수 주유가 나란히 손바닥에 화공(火攻)을 의미하는 불화(火)자를 써서 펼쳐보이는 장면이 나온다. 삼성과 두산이 1승1패로 맞닥뜨린 운명의 한국시리즈 3차전을 하루 앞둔 23일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삼성의 김응룡 감독과 두산의 김인식 감독이 삼국지의 장수들과 똑같은 카드를 꺼냈다.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구원투수로 활용하고 있는 배영수(20.삼성)와 박명환(24.두산)을 선발로 내세운 것이다. 역대 18번의 한국시리즈에서 두팀이 1승씩으로 균형을 이룬 것은 모두 여덟번(1승1무1패 포함)이다.

◇ 가장 믿는 선수를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내세운다

배영수와 박명환은 양팀의 1,2차전 선발투수 빼고 가장 뛰어난 구위를 보이고 있다.

1차전에서 3이닝 1안타.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배영수는 갈베스와 임창용보다 오히려 더 믿음직스럽다. 두산 상대 성적도 3승1패다(표 참조). 2차전때 두명의 타자만 상대하고 끌어내린 것도 3차전 선발을 위해서였다.

2차전에 등판했던 박명환은 1이닝 2실점했지만 김인식 감독으로부터 "구위가 살아났다"고 칭찬받았다.콜과 구자운을 빼고는 가장 위력적인 선발 카드다. 삼성 상대 성적은 2세2패로 불안했지만 잠실에서 삼성을 상대해 2세이브로 완벽했다.

◇ 가장 불안한 카드를 맨 먼저 써버린다

배영수와 박명환은 양팀 불펜의 핵이지만 배영수는 큰 경기 경험이 적어서, 박명환은 폭투가 많고 쉽게 흥분하는 스타일이어서 정작 승부처에서는 믿기가 어렵다.

배영수는 1차전 때는 주자 없는 상황에 나와 호투했지만 2차전 때는 위기상황에서 나와 김동주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그리고 두번 모두 첫 타자에게 안타를 맞았다.

박명환 역시 '안쓸 수는 없지만 믿기도 어려운 카드'다. 그렇다면 둘 다 부담이 적은 선발로 기용하는게 낫다는 결론이 나온다. 1차전은 8회말, 2차전은 7회초에 균형이 깨졌다. 이번 시리즈에서 선발은 '경기를 유지해 주는 기능'을 가진 선수다. '경기를 결정짓는 기능'은 불펜에서 나온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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