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깡패당" "조폭당" 재보선 언어 테러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여야는 23일 서울 구로구 약사회 모임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와 관련, 각기 "우리가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철저히 수사해줄 것을 요구했다.

◇ 약사 모임=서울 구로3동 '구로약사회관'에 60여명의 약사들이 모인 때는 22일 오후 10시.

구로약사회측은 "24일부터 시작되는 보건소의 약국 단속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마약관리에 관한 책자를 나눠주기 위한 모임"이라고 했다.

한 참석자는 "오후 11시쯤 모임이 끝나갈 때 민주당 김명섭(金明燮)총장이 들어와 '약사법 개정으로 약사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힘쓰겠다'는 요지로 1분 정도 얘기했고, 이때 선관위 관계자들이 들이닥쳤다"고 전했다.

선관위측은 참석자들에게 "金총장이 무슨 얘기를 했느냐"고 물으며 현장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이어 金총장은 행사장을 나왔고 밖에서 기다리던 한나라당측 선거운동원들과 충돌이 벌어졌다.

◇ 엇갈리는 폭행 증언=金총장은 "전임 약사회장 자격으로 인사하러 갔을 뿐"이라며 "인사하고 나오는데 한나라당 당원 20~30명이 몰려들어 욕설을 퍼붓고,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와 옆구리를 집중적으로 맞았다. 그대로 있으면 맞아 죽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박양수(朴洋洙)의원은 "한나라당이 金총장을 계획적으로 미행하다 폭행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이 모임은 예정에 없던 것으로 약사회장 출신인 金총장의 선거 협조 요청에 따라 소집됐다"고 주장했다. 權대변인은 "우리 당 불법감시단원이 비디오 촬영 등 증거수집에 나서자 金총장 일행이 폭력을 행사해 한명이 부상했고, 金총장 일행이 승용차를 급발진시켜 한명이 차에 치였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의 충돌상황을 찍은 비디오 테이프를 공개했다.

金총장이 모임 장소에서 나와 승용차에 올라타기까지의 모습을 담은 이 테이프에는 양당 당원들이 몸싸움하는 모습은 나오지만 金총장이 폭행당하는 장면은 없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당원들이 金총장을 차에서 끌어내 폭행했다"고 주장했으나 한나라당은 "문이 잠긴 차 안의 金총장을 어떻게 폭행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 흥분한 여야=양당은 상대방을 각각 폭행과 선거법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전용학 대변인은 "야당이 '깡패정당'임을 드러낸 천인공노할 만행"이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조폭정권 하의 조폭집권당"이란 성명에서 "이성을 잃은 표 도적질" 등 원색적 표현을 총동원했다.

최상연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