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코지 판 투테'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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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4면

국립오페라단이 25~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상연하는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여자는 다 그래)'는 화려한 무대와 장면으로 객석을 압도하는 그랜드 오페라가 아니다.

감상 포인트는 무려 여섯 명의 주역가수들이 펼치는 중창과 앙상블의 묘미에 있다. 세 쌍의 남녀가 드라마와 음악을 이끌어가고 합창은 피날레 장면의 결혼식에만 등장한다.

그만큼 주역 가수들은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비중 있는 연기와 음악성을 필요로 한다. 이번 공연에서 한국과 유럽에서 활동 중인 정상급 성악가들로 출연진을 꾸민 것도 이 때문이다.

무대 배경은 18세기 나폴리. 노총각 철학자 돈 알폰소(베이스)의 제안으로 두 남자가 아랍 상인으로 변장해 연인의 순결과 정조를 시험해본다. 코믹한 웃음 속에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이 작품은 사랑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부제도 '연인들에게 주는 교훈'이다. 초연 당시에는 비도덕적인 내용을 담았다고 해서 영국에서는 '잃어버린 사랑의 아픔''두 쌍의 남녀''수녀원 탈출''처녀들의 반란' 등 다양한 제목과 각색으로 상연됐다.

'여성이란 원래 자신의 정절을 지킬 수 없을 만큼 심리적으로 연약한 존재'라는 계몽주의 시대의 여성관을 반영하고 있어 요즘엔 페미니스트들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한다.

피오르딜리지 역에 소프라노 박경신.김은주, 도라벨라 역에 메조소프라노 김현주.전효신, 데스피나 역에 소프라노 이춘혜.눈치아 산토디로코, 굴리엘모 역에 바리톤 전기홍.김범진, 페란도 역에 테너 이원준.이영화, 돈 알폰소 역에 베이스 연광철.유지호가 출연한다.

연광철은 도밍고국제콩쿠르 우승 이후 베를린슈타츠오퍼 주역가수로 활동 중이다.

연출 백의현, 의상.무대 디자인 임일진, 지휘 최승한, 코리안심포니, 국립오페라합창단. 공연개막 오후 7시30분(일 오후 4시). 2만~7만원. 무대 리허설(24일 오후 7시)은 청소년들을 위해 전석 3천원에 개방한다. 02-586-5282.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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