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초등교사 단기 양성 부실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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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과밀학급을 해소하고 초등교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단기 연수시켜 초등교사로 임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계획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초등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초등교사는 모든 교과목을 담당하면서 인성교육까지 책임져야 한다. 아동과의 상호작용이 중등학교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활발하게 일어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초등교사는 중등교사와 차별화돼야 하며 전문성이 요구된다.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는 목적은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교사가 담당하는 학생수가 줄어들면 수업환경이 좋아질 것이고 학생의 개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효과적인 인성교육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교사가 전문성이 있고 우수하다는 전제에서 할 수 있는 말이다. 자질이 부족한 교사가 한번 교단에 발을 들여놓으면 30~40년 재직하게 되는데 이들이 아동들에게 끼칠 피해를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이번 계획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지방 교사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학급당 학생수가 35명으로 줄면 대도시의 교사 부족이 심해지고 이에 따라 대도시로 전출하려는 교사가 늘어날 게 뻔하다.

자칫 농어촌 교육이 황폐화할 우려가 있다.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기 위해선 전문성 있는 교사를 연차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교육대학의 정원을 늘리거나 교육대학 3학년 편입생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윤길수 <공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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