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임창용 "천적投" 구자운 "체력 비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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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비가 내렸다. 21일 오후 2시 대구에서 열릴 예정이던 삼성-두산의 한국시리즈 2차전이 비로 하루 연기돼 22일 오후 6시에 열린다.

오전 9시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새벽부터 운동장 앞에 모여든 만원 관중의 기대를 외면하고 결국 경기를 하루 연기시켰다. 한국야구위원회(KBO)관계자와 심판진은 비가 계속 거세지자 12시쯤 그라운드 상태를 최종 점검하고 연기를 최종 결정했다. 한국시리즈가 비로 연기된 것은 1999년 한화-롯데의 5차전 이후 2년 만이다.

하루 연기된 2차전은 임창용(25.삼성)-구자운(21.두산)의 선발 맞대결로 벌어진다. 두 선수 모두 한국시리즈 첫 승리에 도전한다. 1차전 승리의 상승세를 타고 삼성 마운드에 오르는 임창용은 정규시즌 두산을 상대로 세 게임에 등판해 2승1세이브, 방어율 0.55의 성적이 말해주듯 '천적'이다.

임창용은 경기가 취소되자 못내 아쉬운 듯 3루 쪽 불펜에서 캐치볼로 컨디션을 점검했다. 3루 쪽 삼성 응원단의 관중은 임창용이 모습을 나타내자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연기된 경기의 아쉬움을 달랬다.

임창용은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할 만한 구위를 지닌 투수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해태 시절 두번의 한국시리즈(96,97년)에서는 3세이브, 방어율 0의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하지만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고는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99년 플레이오프에서 일곱 경기에 등판, 3세이브 3패로 부진했다.

플레이오프에서 현대를 상대로 두 경기에 등판해 1승, 방어율 0.71의 믿음직한 구위를 선보인 구자운은 두산의 마지막 보루다. 대구 원정에서 2연패로 밀린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두산의 악몽이다. 묵직한 볼끝과 예리한 슬라이더를 앞세운 구자운은 비로 5일 휴식 뒤 등판하게 돼 체력을 비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구자운은 첫 출전한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세 경기에 등판, 1패만을 기록해 아직 한국시리즈 승리가 없다.

21일 경기가 낮경기로 예정돼 있던 것과는 달리 연기된 22일 2차전은 야간경기다. 변화구보다는 빠른 볼을 앞세운 투수가 유리하다. 빠르기로만 보면 임창용이 구자운보다 낫다.

20일 벌어진 1차전에서는 김태균의 결승타와 구원승을 따낸 배영수의 호투를 앞세운 삼성이 7-4로 승리, 한국시리즈 일곱번의 도전 만에 1차전 승리를 올렸다. 삼성은 역대 여섯번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1무5패로 부진했었다.

대구=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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