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책임전가 할 때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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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단 교환 및 각급 회담의 연기 책임을 남쪽에 다시 뒤집어씌워 남북간 대화 및 협력에 진지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새삼 의심케 하고 있다.

북측은 그제 조평통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단 교환이 연기된 까닭을 남측의 '비정상적인 긴장 조성 행위'에 거듭 돌렸다. 때문에 각급 회담도 금강산에서 열려야 한다고 되풀이 주장했다.

북측은 더욱이 추석연휴 기간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자는 자기들의 제의를 우리측이 거부해 상봉 일자가 늦춰졌던 것이라고 역공을 폈다. 마치 남쪽이 상봉행사에 미온적이었다는 듯이 설명하고 있다.

이는 한마디로 억지에 불과하다. 우리의 경계태세 강화는 미국 테러 참사에 따라 주요 국가가 취한 국가 안보를 위한 부득이한 조처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북측이 왜 그것을 자기들을 상대로 한 것이라고 짐작하는지가 오히려 이상할 뿐이다. 그리고 5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우리측이 추석 상봉을 뒤로 늦추자고 한 것은 북측을 배려한 것임을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세차례 이산가족 상봉의 준비과정에 비춰볼 때 북측이 12일간의 준비 기간으로는 행사를 차질없이 치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리측 배려를 접수했던 그들이 이제 와서 엉뚱하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대남 비방에 나선 것은 올바른 자세라고 할 수 없다.

북한은 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린 상하이에서 미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국가원수들이 김대중 대통령과의 개별 정상회담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북한에 남북 대화를 촉구하는 한 목소리를 왜 내고 있는지를 성찰해야 한다. 북한은 상봉과 각급 회담을 합의된 대로 바로 정상화해 남북관계를 순항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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