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장기 기증은 생명을 선물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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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저는 보라색 '장기 기증자 카드'를 늘 몸에 지니고 다닙니다. 해외에서 갑자기 사고를 당해 죽더라도 제 장기가 곧바로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증되도록 하기 위해서지요."

레오 롤스(54)세계장기기증운동본부 사무국장이 대한이식학회 초청으로 장기 이식 프로그램을 소개하기 위해 지난 17일 한국에 왔다. 20일엔 강남성모병원에서 장기 기증자들과 이식자들이 만나는 자리에 참석한다.

세계장기기증운동본부는 1998년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사무국은 캐나다에 있으며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에서 운영비 전액을 지원받는다. 장기 기증의 확산을 위한 병원 프로그램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유럽엔 장기 기증을 법제화한 나라까지 있습니다. 그만큼 장기 이식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요."

그는 유럽에서 장기 기증이 활성화 한 가장 큰 이유로 '장기 이식 과정에 대한 신뢰'를 꼽았다. 유럽에선 삼권분립의 원칙을 본떠 장기 기증자 접수, 이식 대상자 선정, 장기 이식 시술을 각기 다른 기관에서 맡게 한다. 또 프랑스.독일 등지에선 장기 이식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법으로 규정했다.

대학에서 임상화학을 전공한 롤스 사무국장은 신장 보존 연구원으로 이식 수술에 참여했다가 '생명을 구하는 기쁨'을 잊을 수 없어 25년 이상 이 일에 종사해 왔다. 그는 "뇌출혈로 쓰러진 절친한 친구의 장기 이식 절차도 직접 처리했다"며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롤스 사무국장은 "시신을 존중하는 문화 때문에 한국의 시체 기증률이 아직 낮지만 잠재력은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한 사람의 기증자가 다섯 사람에게 새 삶을 줄 수 있다"며 "장기 기증은 꺼져가는 생명을 되살리는 숭고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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