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 '잭 웰치, 끝없는 도전과 용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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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이 책은 절대적인 진리에 관한 책도, 경영의 원칙에 관한 책도 아니다. 단지 한 운좋은 남자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은 내가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깨달았던 철학이 담겨있을 뿐이다. 나는 이 책에서 어떤 조직이든 간에 열린 사고를 갖고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다."

오랫동안 세계 출판시장의 블록버스터로 지목돼온 GE전 회장 잭 웰치(66)의 회고록을 겸한 경영 지침서 『잭 웰치, 끝없는 도전과 용기』(원제 Jack Straight From The Gut)는 의외로 겸손하다.

1981년 미국의 전형적인 우량기업의 회장에 취임했던 웰치, 그러나 '미친 짓'이라는 비판을 받아가며 '관료적 공룡'GE에 구조조정이라는 수술을 집도해 현대 경영사적 차원의 성공을 거둔 주인공의 경영서 치곤 담담한 고백이다. 그 웰치는 어떤 사람인가?

80년대 후반 산업 전부문에서 비틀거리던 미국에 대안을 제시했던 개혁의 대명사가 그이다. 그 결과 '가장 강한 기업 GE'의 오늘을 만들어준 경영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책에서 성장기에서 지난 9월 회장 은퇴에 이르는 과정을 회고하면서 이렇게 주문한다.

"어떤 신비의 경영법칙"같은 것은 기대하지 말라고. 영어 원제목대로,그리고 단순하고 솔직하다는 그의 성격을 반영하듯 허장성세의 거품을 뺀 이 책에서 웰치가 강조하는 것은 뜻밖에도 정직성이라는 덕목이다.

책 말미를 보면 30개에 가까운 최고경영자의 덕목을 차례로 나열한다. '전략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열정' '시장을 새롭게 정의하라' 등등.

그러나 이 덕목의 맨 앞자리는 정직성에 대한 강조로 시작한다. "행복할 때나 고통스러울 때 나를 지탱해준 절대기준은 도덕성이다"(5백32쪽)라는 고백에는 무게가 실렸다.

서문에도 "나는 무지막지할 정도로 정직하고 솔직했다"고 회고한다. 그에 따르면 도덕성이야말로 조직에 품격을 만들어주고 고객과 경쟁자, 그리고 정부와 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준다는 지론이다.

인재에 대해서도 책 곳곳서 강조한다. 자신이 가진 시간의 3분의2를 사람들을 위해 할애했다는 것이다. 회사 내에 주요 부문별 책임자들은 약 7백여명에 이르는데 그들을 닉네임으로 친근하게 불러주고, 끊임없는 평가와 보상을 곁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단 그것이 온정주의는 아닌 듯하다. 조직에 긴장감을 위해서는 성취가 떨어지는 10%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솎아내야 한다는 말도 동시에 들려주기 때문이다.

책의 말미는 자신의 후계자 제프 이멜트에 대한 덕담과 기대를 싣고있다. 'NG(New Guy)프로젝트'라는 암호로 불렸던 후계자 선임과정이 회사 내에서 거의 10년간 지속됐다는 점, 웰치 고백대로 "그 어떤 결정보다 곤혹스런 결정"이었던 것은 GE의 앞날에 대한 고려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최종후보자가 3명이나 돼서 막판 찍기가 그만큼 인간적으로 괴로웠기 때문이라는 술회도 곁들여진다. 책의 서술은 전반적으로 평이하다. 단문(短文)에 솔직함이 특색이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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