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탄저균 인체에 치명적인 무기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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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의 톰 대슐 상원의원 보좌관실 등에서 발견된 탄저균은 순식간에 31명의 직원을 감염시키는 강력한 효과를 보였다. 공기를 타고 쉽게 퍼질 수 있도록 극미세 분말로 된 이 탄저균은 고도의 기술을 가진 전문가들이 제조한 것으로 보이며 생화학 무기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 무기급 탄저균=의회에서 채취된 탄저균 샘플을 검사 중인 미 육군 의학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샘플 가루는 모두 1~3미크론(1㎛=1천분의 1㎜) 가량의 크기로 균일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사람 머리카락 두께의 10분의 1밖에 안되는 초미세 분말이다. 이 정도 크기면 공기 중에 담배연기가 퍼지듯 확산할 수 있으며, 숨쉬는 도중 들이마실 경우 폐 속으로 쉽게 들어가 인체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육군 의학연구소의 존 파커 소장은 "대슐 의원에게 배달된 탄저균은 순도가 아주 높다"며 "전문가들이나 만들 수 있는 고성능 세균"이라고 말했다. 탄저균 양성 반응을 보인 미 의회 직원 31명 모두 콧속에서 탄저균 포자가 발견돼 고농축 탄저균 가루가 짧은 시간에 호흡기를 타고 인체로 들어갔음을 보여줬다.

◇ 공기타고 퍼진 듯=탄저균 가루는 고르고 작을수록 더 빠르고 더 멀리 확산한다. 31명이나 되는 의회 직원들이 순식간에 탄저균에 감염된 것도 봉투를 개봉하자마자 탄저균이 쉽게 퍼져나갔기 때문으로 수사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의회에서 수거된 탄저균 샘플을 검사 중인 과학자들은 "탄저균이 더 잘 확산하도록 균들간에 서로 끌어당기는 화학적 성질을 없애는 작업이 이뤄졌는지도 검사 중"이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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