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베인&컴퍼니, 한국 대표적 기업 71사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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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우리 기업 중 제대로 수익을 내면서 성장하는 업체는 4개뿐이다.'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인 미국의 베인&컴퍼니(http://www.bain.com)가 최근 국내 대표기업 71개사를 뽑아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국내 핵심기업 가운데 지난 10년간 수익성을 동반하면서 성장한 업체는 삼성전자.농심.SK텔레콤.삼성화재 등 4개(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한 2천개 글로벌 기업 조사 평균치(13%)의 절반 수준이다.

◇ 4개 업체만 기준 통과=베인&컴퍼니는 우선 국내기업 가운데 '매출 1조원이 넘는 상장기업이자 건전한 재무구조를 갖춘 기업'으로 삼성물산.신세계.한화 등 71개를 뽑았다. 이 가운데 지난 10년간 매출이 5.5%(물가상승률 감안) 성장한 기업을 기준으로 걸러 보니 SK글로벌.한솔 등 49사(69%)가 통과됐다.

또 순수익이 5.5% 성장한 기업 기준에선 조사기업 중 대상.현대자동차 등 23사(32%)가 합격됐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주식가치가 자본비용을 넘는 기업을 검증하니 삼성전자 등 겨우 4사만이 뽑혔다는 것이다.

주식가치가 자본비용을 넘는 수준이란 일정 기간동안 한 기업의 주식에 대한 총 투자이익이 다른 곳에 투자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기회 이익보다 더 크다는 얘기다. 이른바 '수익성을 동반한 성장'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업체다.

◇ 핵심사업에 재투자가 관건=베인&컴퍼니는 이번에 선정된 4개 기업의 특징으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농심은 인스턴트 면류 등 확실한 핵심사업을 갖고 있고▶이 핵심사업의 시장점유율이 2위 기업의 점유율의 2배를 넘으며▶지난 10년간 핵심사업에 공격적인 재투자를 함으로써 큰 성장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은 특히 주변산업으로 사업 다각화를 꾸준히 해왔으나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관련산업에만 집중했다고 분석했다.

베르트랑 프앙토 한국 대표는 "농심의 경우 라면산업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관련산업으로 사업 다각화를 한 반면 경쟁사인 해태는 건설업에 진출하는 등 핵심과 무관하게 사업을 다각화 함으로써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격차가 '가위모양'처럼 크게 벌어졌다"고 말했다.

김시래.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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