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주식저축 연 4회로 주식매매 제한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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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세금 혜택으로 관심을 모았던 장기주식저축이 인기 없는 상품으로 전락하게 됐다. 저축 가입자들의 주식 매매 회전율을 연 4백%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이는 1천만원을 넣었을 경우 연간 주식매매 대금이 4천만원을 넘어선 안된다는 의미다.

재정경제부 임종룡 증권제도과장은 "장기주식저축을 잘 팔리는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가급적 투자 제한을 두지 않으려 했지만, 관련 법안 통과 과정에서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이에 따라 당초 2조~4조원까지 자금이 몰릴 것으로 내다봤던 증권업계는 "수천억원어치만 팔려도 다행일 것"이라고 전망을 수정했다. 이 상품은 오는 22일부터 내년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판매된다.

◇ 현실 무시한 법안=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장기주식저축의 주식 회전율을 연 4백% 이내로 제한하는 조항을 추가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세액공제 비율은 원안대로 첫 해 5.5%, 둘째 해 7.7%로 했으며, 저축원금의 70%이상을 주식으로 보유해야 하는 내용도 확정했다.

개정안 처리에 앞서 여야는 '주식 회전율 제한'을 놓고 팽팽히 맞섰다.

여당은 "가입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난색을 표명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단타매매 투자자들에게까지 세제혜택을 줄 수는 없다"며 회전율 4백% 제한을 강력히 요구했다.

여당은 "그러면 직접 투자자들에게만 적용하고 펀드는 예외로 하자"고 양보했으나, 야당이 물러서지 않아 결국 직.간접 투자상품 모두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 "가입자 별로 없을 듯"=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식 회전율은 월 1백%, 연 1천2백%를 넘는다. 모든 주식이 평균 한달에 한 번은 거래돼 주인이 바뀌는 셈이다.

여기에는 대주주와 기관투자가들의 보유주식까지 포함된 것으로, 일반 개인투자자 몫만 따지만 회전율은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투증권 김세환 연구위원은 "5~7%의 세액공제 때문에 1년에 네번밖에 거래를 못하는 상품에 가입하는 투자자는 많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직접투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펀드 운용에까지 회전율 제한을 두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한심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주식수요 확충을 위해 공들였던 상품이 정치권의 비현실적인 명분쌓기에 희생돼 안타깝다"며 "그래도 길게 보고 세액공제 혜택을 보려는 투자자들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펀드상품을 택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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