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아편 덤핑… 세계 마약시장 술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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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폭격이 연일 계속되면서 세계 마약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지구상 아편공급의 70% 이상을 장악할 정도로 손꼽혀온 마약 재배지가 미국의 공격으로 쑥대밭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은 마약재배를 주 수입원으로 생계를 꾸려왔다. 탈레반 정권도 마약유통을 통해 거둬들이는 연간 약 3천만달러(3백90억원) 가량의 자금에 전적으로 의지해 통치재원을 마련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이참에 아프가니스탄 22개 지방에 널려 있는 마약 재배지와 가공공장.저장창고 등도 철저히 파괴해 마약조직의 뿌리를 뽑겠다고 벼르고 있다.

미 행정부는 "마약무역의 고리를 끊지 않고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테러전쟁은 성공을 거둘 수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마약자금이 테러조직의 전쟁자금으로 쓰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탈레반 정권은 올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모면하려 아편재배 금지령을 내렸다. 따라서 아편 출하량이 예년의 10%선인 3백30t으로 줄었으며 지난해 마약 수확량의 60%인 1천9백80t은 아프가니스탄 전역에 산재해 있는 40여개의 창고에 보관해 왔다. 덕분에 지난해 7월 ㎏당 44달러하던 아편 도매값이 올 8월에는 6백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래서 탈레반 정권이 마약값을 올려받기 위해 고의로 출하량을 줄였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러나 전쟁이 터지면서 마약값이 뚝 떨어지고 있다. 탈레반 정권이 급히 마약을 현금화하기 위해 대량 방출하고 있어서다. 현재는 ㎏당 90달러선. 마약 전문가들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마약재배 척결작업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수확이 끝난 마약과 헤로인으로 가공된 제품은 숨기기가 쉽고 마약창고의 위치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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