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 '김용갑 지뢰밭' 뛰어넘은 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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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의원은 18일 "원만한 국회 운영을 위해 자제하겠다"는 말로 대정부질문을 시작했다.

그는 1주일 전인 11일 원고(原稿)에서 "현 정권의 출범 의미는 정권이 반북세력에서 친북세력으로 넘어간 것이다""정권은 친북.좌파적 시각에 따라 김정일 체제의 강화를 앞장서 돕고 있다""대통령이 '6.25가 통일시도'라고 한 것은 '6.25가 민족해방전쟁'이란 친북좌파의 논리와 완전 일치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는 국회 파행의 원인이 됐다.

이날 그는 원고에서 몇개 대목을 빼거나 완화했다. 당 지도부의 추가 수정 요구도 상당부분 받아들였다.

그러나 비판수위는 높았다. 그는 "햇볕정책은 김정일 집단만 강화시키고 우리 사회 내부의 친북좌파 세력의 활동공간만을 넓혀준 완벽한 실패작""(통일헌법 공론화는)정권이 앞장서 헌법정신조차 부정하고 북한의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을 사실상 인정하려는 것""사회를 뒤흔드는 친북좌파 세력의 중심에 누가 있는지 걱정스럽다"고 쏟아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겨냥,"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발언에 불안하지 않고 분노하지 않을 국민이 누가 있느냐""친북좌파 세력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발언 도중 민주당 김옥두(金玉斗).김방림(金芳林)의원 등은 "무슨 소리냐"고 소리쳤고, 막판엔 30여명이 퇴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총무단은 구수회의 끝에 "우리 요구가 상당히 반영돼 문제삼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김용갑 의원은 발언 뒤 "국회 파행만은 피하자는 지도부와, 강하게 하라는 시민의 요구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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