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히딩크, "최용수 원더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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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유상철은 파워풀(powerful), 황선홍은 스킬풀(skillful), 최용수는 원더풀(wonderful)."

일본프로축구 J-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세 선수의 경기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 지난 17일 가시와 경기장을 찾은 거스 히딩크 축구대표팀 감독(얼굴)은 흡족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황선홍(33).유상철(30.이상 가시와 레이솔)과 최용수(28.제프 유나이티드 이치하라)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 경기에서 세 선수는 모두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유상철은 공수 진영을 폭넓게 넘나들며 힘찬 몸놀림을 보여줬다. 양 팀 미드필더를 통틀어 공을 잡는 횟수가 가장 많았으며 특히 상대 선수와의 경쟁 상황에서 대부분 볼을 따내 공격으로 연결했다.

황선홍은 스트라이커로서 완숙의 경지에 도달했음을 보여줬다. 그는 패스할 때와 드리블할 때, 슈팅할 때를 정확하게 판단했으며 대부분 이 판단은 옳았다. 전반 40분 동료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볼이 튀어나오는 지점에 정확히 서있다가 '이삭줍기' 골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가장 돋보인 선수는 최용수였다. 전반 16분 오른쪽 사이드를 민첩하게 돌파한 뒤 짧고 빠른 센터링으로 사카모토의 골을 만들어줬다. 후반 5분에는 미리노비치의 헤딩슛이 골문 쪽으로 흐르자 재차 헤딩슛, 3-3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치하라는 4-3으로 이겼다.

히딩크 감독은 "최용수는 상대 수비수가 가장 위험하다고 느끼는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최용수를 만나 "골을 넣은 것과 팀이 이긴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최선수가 "운이 좋았다"며 머리를 긁적이자 히딩크 감독은 "아니다. 위치선정이 좋았기 때문에 골을 넣을 수 있었던 것"이라면서 "몸 관리를 잘해 한국에서 다시 만나자"며 격려했다.

부슬비가 내리는 가시와 경기장을 떠나는 히딩크 감독의 어깨가 가벼워 보였다.

도쿄=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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