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특화산업] 전북 익산 귀금속보석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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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전북 익산시 영등동 공단 입구 맞은편 서광보석 2층의 네평 남짓한 사장실에는 외국여행 때 사용하는 ‘이동용 가방(캐리어)’이 항상 놓여 있다.

이 회사 최병주(49)사장이 2주일에 한번씩 다니는 해외출장에 대비해 아예 짐을 꾸려 사무실로 옮겨 놓은 것이다.

이 회사의 주요 생산제품은 큐빅을 박은 팔찌 ·귀걸이 ·목걸이 등 장신구용 보석들로 개당 판매가격은 30달러∼1백50달러.지난해 매출액은 1백20여억원으로 모두 외국에서 거뒤 들였다.외환위기 전의 연평균 매출(30억∼40억원)보다 오히려 서너배 늘었다.

최사장은 “독특한 디자인에 승부를 걸고 바이어를 찾아 신발 뒤축이 닳도록 뛴 결과 매출이 껑충 뛰었다”고 말했다.

익산시 영등동 2만여평의 이리귀금속보석단지에는 서광보석 같은 귀금속 및 원석가공 업체 80여개(종업원 8백여명)가 모여있다.

이곳은 정부가 보석산업을 수출 특화산업으로 육성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취지로 1975년 조성했다.

입주 업체들은 미국 ·인도네시아 ·버마 등서 수입한 루비 ·사파이어 ·큐빅 등 원석을 자르고 깍아 나석을 만들고,이를 금 ·은 등을 재료로 한 귀금속 세공품과 보석제품으로 만든다.10여 곳은 원석가공 전문 업체이고 나머지 70여곳은 반지 ·팔찌 ·목걸이 ·귀걸이 등을 만드는 귀금속 가공업체들이다.

생산제품은 90% 이상 수출된다.지난해의 경우 수출 8백여억원(7천여만 달러),내수 60여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이리귀금속보석단지에는 동양 최대 규모(대지 4천여평,건평 8백평)의 ‘귀금속 ·보석 판매센터’가 들어서 있다.귀금속보석단지의 판로 확보와 밀수 등 보석산업의 음성적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89년 건립됐다.

이곳에서는 공단에 입주한 가공업체들이 생산한 10만여점의 갖가지 귀금속 ·보석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중간 유통과정 없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곧바로 직거래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데다 다양한 제품을 고루 갖춰 연중무휴로 전국에서 신혼부부 등이 몰려 든다.

특히 천연 ·합성 보석을 함께 전시해 소비자들은 값과 품질을 비교해 보고 살 수 있는 잇점이 있다.99년 24억여원,지난해에는 27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리귀금속보석단지의 전성기는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이때는 공단 종업원이 2천5백여명이나 되고 국내 전체 보석거래량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활기가 넘쳤다.

그러나 이리귀금속보석단지는 90년대 중반이후 경기침체 영향을 민감하게 받으면서 성장세가 수그러들었다.

이리귀금속보석단지 협동조합 박치수(46)기획실장은 “90년대 들어 급상승한 인건비 부담과 동남아 국가들의 저가 공세를 극복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익산시는 보석산업 활성화와 지역관광 상품화를 위해 87년부터 ‘보석문화축제’를 해마다 열고 있다.오는 25일∼11월 4일 열리는 올해 행사에서는 20% 할인된 가격으로 보석을 특별 판매하고 보석 무료세척 서비스도 해준다.

깜짝경매 ·천연석과 합성석 비교 전시회,보석가공 체험마당 코너도 마련해 놓고 있다.1백명 이상의 해외 바이어들이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또 96년부터 왕궁면 동용리 4만3천평의 부지에 총 4백여억원을 투입,내년 6월 개관을 목표로 보석테마공원도 만들고 있다.

익산시 조한용(71)시장은 “익산시가 ‘보석의 고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신제품 ·디자인 개발 ·판촉활동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익산=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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