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광고도 비교해 봐야 확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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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시장에서 치열한 싸움을 하는 회사들이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경쟁업체 제품과 직접 비교하는 광고를 하면서 정면대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사 제품의 장점을 부각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쟁회사 제품의 단점을 노출시키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른바 비교광고라는 이 기법은 상대방의 취약점을 노골적으로 공개하기도 한다.

비교광고가 최근 활발해진 것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손질한 관련규정이 9월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비교광고에 관해 명확한 지침이 없어 툭하면 비방광고 시비가 생겼다.

현대자동차는 9월 초 공정위 지침이 나오자마자 '1위에는 이유가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비교광고를 주요 일간신문에 내보냈다. 자사의 EF쏘나타와 르노삼성자동차의 SM5를 비교하는 내용을 나란히 실은 것.

이 광고는 EF쏘나타가 정부의 충돌 안전시험에서 별 5개로 최고 점수를 받았는데 SM5는 별 4개에 불과했다는 점을 대비했다. 또 EF쏘나타가 올 상반기 1백12개국에 3만8천3백67대를 수출했는데 SM5는 4개국 1백25대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수출과 내수에서 국내 1위라는 점을 명확히 알리기 위해 비교광고를 택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측의 조바심이 비교광고를 동원하게 만들었을 것으로 본다. 비교광고는 후발업체가 1위 업체를 걸고 넘어질 때 하게 마련인데도 선두업체가 먼저 치고 나온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그만큼 SM5가 빠른 속도로 시장을 파고들어 EF쏘나타를 바짝 추격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연초만해도 SM5는 판매대수가 쏘나타의 3분의 1 수준이었으나 9월엔 8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 광고는 르노삼성이 대응을 안해 '확전'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광고로 맞대응할까 했으나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자제했다"고 말했다.

대우전자의 김치냉장고 신문광고는 후발주자가 선두를 공격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비교광고다. 업계 선두인 만도 위니아와 LG전자의 특정 모델을 직접 비교하면서 '열고 빼기 편리한가''모든 칸에 김치를 보관할 수 있나' 등의 질문을 던져 자사 제품이 우월하다고 주장했다.

김치냉장고의 주 기능인 숙성 기능 등과는 무관하게 부가서비스만으로 비교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대우전자측은 성과가 크다며 만족해 한다.

반면 50% 이상의 점유율로 시장을 주도하는 만도 관계자는 "점유율이나 인지도가 뒤지는 후발업체가 쓸 수 있는 전략"이라며 "대응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우전자 관계자는 "다른 품목에도 비교광고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지침이 나오기 전이지만 대우차가 7~8월에 실시한 '서포터' 회원 모집광고도 경쟁업체의 실명을 밝히는 비교광고 기법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 광고는 '대한민국에 대우자동차가 없어도 되겠습니까'라는 제목 아래 대우차.현대차의 로고를 대비한 뒤 '현대자동차, 승승장구하십시오'라는 부제를 붙였다. 경쟁업체의 실명을 밝히면서 두 업체가 서로 경쟁해야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고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최근에는 쌍용자동차가 새 차 '렉스턴'광고에 벤츠.BMW.렉서스 등 고급 외제차의 이름과 시승 접수 전화번호를 밝히는 광고를 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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