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효 어린이 명예기자 홈스테이 체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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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4면

여러 나라 말로 노래하고 춤추고 외국인들이랑 집에서 함께 생활을 한다면 어떨까. 재미있을까요?

이렇게 다국어를 사용하고 홈스테이도 하는 프로그램이 국내에도 여럿 있답니다. 이런 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어떤 활동을 하는지 권정효 어린이 명예기자의 경험담을 들어보도록 해요.

저는 렉스 회원으로 2년째 활동하고 있어요. 가끔씩 외국인들이 우리집에서 가족처럼 생활하며 함께 지내다 가요. 일주일에 한번씩 여러 나라 말로 된 노래랑 율동도 배워요.

외국어는 너무 재미있는 것 같아요. 아직 잘은 못하지만 영어랑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알아요. 우리집에 찾아온 외국인 손님들하고는 손이랑 발이랑 다 쓰면 그럭저럭 말이 통해요.

2년 동안 우리집에는 외국인 손님이 여섯번 찾아왔어요. 첫 손님은 아리마 도모에라는 13살 일본 언니였어요. 2주일간 함께 살았는데 착실하고 꼼꼼했지만 소심했지요.

한번은 아리마 언니가 보잘것 없는 파란 고무줄을 잃어버려 우리 가족들이 이틀간 온 집안을 뒤져야 했거든요. 친구가 준 선물이라 자기 생명과 같은 거래요. 1백원짜리 고무줄일 뿐인데…. 그래도 자기 물건을 아끼는 걸 배우게 됐어요.

아리마 언니는 매일 잠들기 전에 일기를 썼어요. 한국에서 산 티켓부터 껌종이까지 모두 버리지 않고 일기장에 붙여놓았어요. 몇달 뒤 우리 언니가 방학 때 아리마 언니 집에 놀러가게 됐어요. 엄마는 언니가 일본에 가기 일주일 전부터 욕실에서 뒷정리 하는 거랑 매일 일기 쓰는 걸 연습하게 했어요.

세번째 손님도 인상적이었어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케이트.로라 언니랑 아빠 리처드와 엄마 캐시까지 온 가족이 우리집에 머물렀어요.

엄마는 미리 한복을 준비하셨어요. 그런데 케이트랑 로라 언니는 한복을 세벌씩이나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가야금이랑 창도 배웠대요. 오히려 우리보다 한국을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부러웠어요.

지난 16일 우리 집에 와서 하룻밤 자고 간 여섯번째 손님도 입양아였어요. 벨기에에서 온 간호사 린이랑 네덜란드에서 온 컨설턴트 아일린 두 언니였죠.

언니들은 우리집에서 같이 김밥이랑 잡채를 만들었어요. 잡채는 맛있었지만 김밥은 처음 만들어봐선지 몇 개는 옆구리가 터지고 말았어요.

아일린 언니랑 린 언니는 귀국해서 "한국 가족들한테 한국 음식 만드는 법을 배웠다"고 친구들에게 자랑할 거래요.

지금까지 외국에서 온 언니랑 아줌마.아저씨들 모두 우리집에서 가족처럼 지내다가 돌아갔어요.저는 아직 외국에 나가보지 못했지만 조금 더 크면 다른 나라에서 홈스테이를 할 거예요. 무척 재미있겠죠?

(서울 노일초등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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