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마음 남자생각] 결혼 실망 '예방 주사' 놓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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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안정.안지가 지난 13일 결혼에 골인했다. 소식을 들은 선배 유부남.유부녀들이 한 마디씩 뼈있는 조언을 해준다.

유부녀:"그래,일단 결혼 축하한다. 근데 나도 남자 고르고 골라서 결혼했다고 자부하는데, 결혼해 보니까 그 놈이 그 놈이더라. 내가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서울에 사는 친구라도 고를 걸 그랬어. 연애 때 아무리 감동 받았어도, 결혼해서 애 하나 낳고 나니까 별 차이 없더라. 너도 꼭 명심해라. 남잔, 다 똑 같애."

유부남:"야, 드디어 너도 총각 딱지를 떼는구나. 결혼과 동시에 네 인생도 이젠 끝났다고 보면 맞을 거다. 충고 하나 해줄까? 여잔 착하고 너 위해주는 사람이 최고다. 괜히 여자 얼굴 보고 골랐다가는 평생이 고달프다.

그리고 결혼 생활이란 그냥 현실이야. 적당히 위해 주고, 적당히 포기하고 사는 거지. 그러려니 하고 받아주고 살아. 어쨌든 우리 언제 위로주 한 잔 하자."

관계의 질적.양적 변화, 관점의 수직이동, 기대치의 초과 상승 등이 이미 결혼의 고달픔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안정.안지는 얼마 전 함께 본 영화 '청혼'을 되새기며 한풀 죽은 마음을 달래보기로 한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의 결혼식을 집전할 신부(神父)가 사별한 아내와의 추억을 떠올리다가, "내 젊은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과 함께 늙어가는 기쁨"이라는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안정.안지를 위로해 줄 또 하나의 영화.롭 라이너 감독의 영화 '스토리 오브 어스'에서 브루스 윌리스와 미셸 파이퍼가 서로에 대해 절망하며 별거까지 하다가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의 알싸한 대사.

"당신과 함께여야만 돼요. 내 모든 것들이 당신과 함께 할 때만이 의미가 있어요. 당신은 내가 숨쉬고 있다는 증거이고, 내 사랑의 역사예요"라는.

유부남.유부녀의 조언 중 일면은 분명히 받아들인다. 하지만 전적으로는 아니다. 모든 유부남.유부녀가 냉소를 던지며 포기를 강요해도 안정.안지는 꿋꿋이 발버둥치며 사랑하는 부부가 되고 싶다.

자유기고가

▶안정(34세. 프리랜서 글쟁이. 안정은 필명. 안지의 예비 남편. 한달 후 결혼 예정)

▶안지(29세. 시나리오 작가 준비생. 안지는 필명. 안정의 예비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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