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경실련 영일만 살리기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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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포항 경실련이 오염으로 죽어가는 영일만을 살리자는 제안을 하면서 환경문제가 지역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포항 경실련은 최근 ‘영일만 오염에 대한 포항 경실련의 입장’을 통해 “포항지역 민·관·기업 등이 대책기구를 만들어 원인을 조사하고 대책을 세우자”고 제의했다.

이에 따라 영일만을 살리자는 시민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실태=지난달 24일 포항시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남구 청림동∼동해면 도구리 사이 백사장 2㎞에 모시·피조개 등 조개 수백만마리가 떠밀려 나와 죽었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곧바로 포항해양수산청 ·포항해경 등 관련기관으로 합동조사반을 구성해 원인조사에 나섰다.이후 포항시는 “큰 파도에 얕은 모래 속에 있던 새끼조개들이 밀려나와 폐사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는 “파도 때문에 엄청난 양의 조개가 죽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유독 포항에만 그것도 거의 매년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때 다른 원인이 있을 것”이라며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같은 의문이 먹혀드는 것은 영일만의 심각한 오염 때문이다.

1999년 서울대 해양학과 연구팀의 조사결과 영일만의 퇴적물과 조개류에서 조개류의 생식을 저하시키고 기형을 유발하는 트리부틸주석(TBT ·환경호르몬의 일종)이 2.730ppm 검출됐다.마산만의 0.268ppm의 10배가 넘는 수치다.

또 도구리 해안에서 훈련받는 해병대원 수백명이 91년부터 거의 해마다 피부병에 걸려 해병대측이 훈련장소를 옮기는 문제를 검토하기도 했다.

해수의 수질도 크게 나빠져 도구 ·송도 ·북부 등 영일만의 해수욕장이 모두 2∼3등급에 머물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포항시의 하루 생활하수 발생량 27만t 가운데 8만t만 처리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영일만으로 방류하는 데다 철강공단에서 배출하는 방류수도 수질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또 바다를 매립하는 형태로 산업폐기물을 버리는 포항제철의 제4투기장과 곳곳에 만들어진 방파제 등 해안선의 파괴도 환경오염을 부추기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포항환경운동연합 이호진(39)사무국장은 “영일만의 오염원을 분석해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영일만 살리자”=포항 경실련은 포항시와 기업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대책기구를 만들어 죽어가는 영일만을 살릴 방책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영일만을 살리지 않고는 포항의 미래도 없다는 판단에서다.

포항 경실련 김용호(42)사무국장은 “무한한 가치를 가진 영일만을 살리는 것이 포항을 살리는 지름길”이라며 “시민 ·기업 ·시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항시도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도 하수종말처리장의 시설 확장과 송도 백사장 모래 유실 원인조사 등을 하고 있는 만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글=홍권삼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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