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양옥씨 개인전 학고재화랑서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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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독학으로 수묵진채화를 익힌 유양옥(57)씨의 개인전이 서울 관훈동 학고재화랑에서 열리고 있다(31일까지).

유씨는 미술전공자가 아니다. 서강대 사학과를 중퇴하고 인사동에서 미술책방.화랑.필방 등을 10여년간 운영했던 특이한 경력을 지녔다.

그러나 진작부터 여초 김응현에게 서예를, 일랑 이종상에게 동양화를, 봉은사의 만봉스님에게 탱화를 배우는 등 수련을 쌓았으며 고미술 관계자 및 화랑주인.평론가.화가 등과 교류를 가지면서 안목을 넓혀왔다.

작가는 "특히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에게서 한국미술의 정신을, 한학자 임창순 선생에게 금서학의 필요성을 배운 것이 내 작업의 근간을 이룬다"고 설명했다.

이번의 두번째 개인전에선 광물성 안료를 쓴 진채화를 중심으로 도자기나 부채에 그린 그림을 보여준다.

힘찬 필선과 기운생동한 화면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들은 민화정신에 바탕을 둔 '생활화'로 불린다. 그림에 등장하는 당나귀.개구리.닭.금붕어.왜가리 등은 동심의 세계를 그대로 담은 듯한 해학적이고도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조선 말기의 화가 북산 김수철을 좋아해서 방(倣:원작자의 화풍을 습득한 뒤 비슷한 분위기로 새 작품을 창작함)을 한 연꽃이나 소나무 작품도 있다.

작가는 "서양의 유화에 해당하는 진채화가 일본채색화에 밀리다 명맥이 희미해져 이제는 창의성이 결여되고 싸구려 물감을 쓰는 탱화.단청.민화들이 판을 치고 있다"고 개탄하고 "서양과 현대라는 열등감에서 벗어나 제 것을 바로보고 어렵지 않은 그림을 그려 그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겸손하게 다가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작품은 청와대 본관 서관벽화('화성능행도'),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 한국실('화조도') 등에 소장돼 있을 만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02-739-4937.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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