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선물등 거래, 많을수록 좋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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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파생상품은 옛날부터 있었어요. 날씨 때문에 값이 크게 변하는 농산물이 주로 간단한 파생상품의 대상이었죠.

선진국에서는 몇십 년 전부터 구조가 복잡한 파생상품이 활발하게 거래되기 시작했어요. 파생상품의 종류도 주가지수 선물.옵션 등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국내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파생상품의 종류가 많아졌습니다. 부산에 선물거래소라는 곳이 있어요. 나라가 발행한 채권인 국채의 선물거래, 미국 달러나 금 등의 선물거래, 코스닥 시장의 주가지수 중 하나인 코스닥 50지수 선물거래 등이 여기에서 이뤄지죠.

증권거래소에서는 주가지수 선물.옵션이 거래되고, 내년부터는 개별 주식 선물이라는 새로운 파생상품도 거래되기 시작한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파생상품은 주가지수 선물과 주가지수 옵션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주가지수 선물과 주가지수 옵션의 거래가 엄청나게 많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주가지수 선물 거래는 벨기에,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어요.

주가지수 옵션의 거래량은 세계에서 가장 많아요. 2위인 프랑스의 2배 규모죠. 틴틴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리나라 증시의 덩치가 그다지 큰 편은 아니잖아요.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회사가 7백여개인데, 이들의 주식 값을 다 합쳐도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 한 회사보다 적으니까요.

그럼 증시는 작은데 어떻게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는 세계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많을까요.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빨리 빨리 많은 이익을 내려고 위험한 파생상품 거래를 많이 하기 때문이래요. 특히 인터넷이 널리 퍼지면서 하루종일 주식투자만 하는 데이트레이더가 늘어났고, 이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사고팔아 거래량이 많아진다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나라의 파생상품 거래가 많다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말한답니다. 선물이나 옵션같은 파생상품을 거래하기 위해선 나중에 실제로 주고 받을 물건(현물)이 필요합니다. 현물이 몸통이고 파생상품은 여기에서 나온 그림자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현물인 주식시장의 덩치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작은데, 그림자인 선물.옵션 등의 덩치가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은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크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위험한 파생상품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크게 손해볼 사람이 그만큼 많게 될 수밖에 없겠죠. 선진국일수록 파생상품이 발달한다고 말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파생상품은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는데, 파생상품 거래만 많아진 셈입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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