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전공 하는 외국교수들 안동서 전통문화 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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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두루마기는 입어봤지만 도포(道袍)는 처음입니다."

"도포 끈 매는 것 하나만 봐도 선비의 경륜을 짐작할 수 있어요. 도포는 입기도 어렵지만 입은 뒤 행동하긴 더욱 까다롭습니다. 몸가짐을 조심하도록 만들어진 옷이지요."

지난 12일 오후 10시 경북 안동시 안막동 치암고택(恥巖古宅) 사랑방.

퇴계(退溪) 이황(李滉) 탄생 5백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 참석차 이곳에 들른 영국 런던대 도힐러(61.여)교수는 집주인인 퇴계 16세손 이동수(李東秀.52.성균관 청년유도회 경북본부장)씨가 티호노프(30.노르웨이 오슬로대)교수에게 도포를 입히며 설명하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李씨는 다시 갓과 탕건을 꺼내 티호노프 교수에게 씌웠다.

"갓은 대나무를 잘게 쪼개 만들었기 때문에 아주 약해요. 선비의 행동을 삼가게 하죠."

도힐러 교수는 1970년대 서울대 규장각에서 공부하고 조선사상사로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티호노프 교수는 모스크바대에서 가야사로 박사를 받은 뒤 경희대 등에서 3년여 수학한 유럽의 한국학 권위자들.

그래서인지 이들은 이틀째 한옥생활이 전혀 불편하지 않은 기색이다. 안동은 처음이지만 두 사람 다 제사의례까지 시시콜콜 알 정도다. 도힐러 교수는 고택에 도착한 뒤 먼저 사당을 찾아 참배까지 했다.

하지만 집주인 李씨가 "티호노프 교수는 온돌방이 좋다더니 이불 개는 법을 몰라 둘둘 말아두었더라"고 해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안동=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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